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Hormuz Strait)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며, 이를 핵 개발 프로그램이나 대미 경제 제재 해제보다 우위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장기적인 지역 패권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15일 중동 안보 정세 및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종합 분석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해상 작전 사령부는 외부 세력의 불확실한 행동으로 인한 정세 불안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폐쇄한다고 공표했다. 이는 지난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체결한 공동 양해각서(MOU) 효과로 약 3주일간 이어졌던 평화기가 무색해진 조치로, 중동 정국을 다시 한번 급격한 긴장 정세 속으로 밀어 넣었다. 모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군사적 억제력을 떠받치는 핵심 기둥”이라며 “이 해협에 대한 통제권은 수십 개의 핵폭탄보다 지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훨씬 더 가치 있는 무기”라고 선언했다.
이 같은 발표는 그간 서방과의 협상에서 프로그램 동결을 조건으로 수백억 달러의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이란 지도부의 프레임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란 당국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했던 군사 공세가 이란의 강력한 보복 능력 앞에 좌절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이란이 페르시아만 일대의 확고한 지배적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오판하는 정황이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의 에브라임 아지치 의원은 서방을 향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구축한 새로운 안보 질서를 인정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고 단언했으며, 대미 협상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 역시 미국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오직 이란이 설정한 메커니즘 하에서만 해협 통항을 허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리적 구조를 보면 역V자 형태의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연장 161km 중 가장 좁은 병목 구간은 33km에 불과하다. 이 좁은 항로의 통제권을 쥔 이란이 무력시위에 나설 때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쳤고, 미국의 전통적 맹방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들은 지리적 예속성에 따른 생존 본뇌를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드자드푸르 연구원은 “이란은 군사적 충돌과 호르무즈 위협, 그로 인한 고유가 유발이 서방의 양보를 따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경제적 학습 효과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란의 독자적 질서 구축 전략은 중동 지역의 영구적인 불안정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계자인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면전 기피 심리를 파고들고 있으나, 만약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 해군이나 주둔 병력에 대규모 인명 피해를 주는 돌발 악재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상응 조치는 걷잡을 수 없이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제재 완화라는 눈앞의 수치 대신 지역 내 영구적 거점 확보라는 장기판을 깔았지만, 한순간의 오판이 중동 전체를 전쟁 정국으로 몰고 갈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