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수준으로 꼽히던 헝가리의 출산 장려 정책이 국가의 지원을 믿고 아이를 갖겠다고 서약한 젊은 부부들을 오히려 파산 위기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난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거나 엄격한 정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부들이 막대한 벌금성 이자 폭탄을 맞으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23일 헝가리 데브레첸 현지 취재 및 현지 인구학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인 바르바라 엘리크(33)와 요리사인 레비(34) 부부는 최근 세 번째 체외수정(IVF) 실패 통보를 받고 절망에 빠졌다. 이 부부는 과거 정부의 출산 장려책에 따라 자녀 2명을 출산하겠다고 서약하고 1,000만 포린트(한화 약 7억 원) 상당의 무이자 우대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자연 임신에 실패한 데 이어 인공수정까지 실패하면서, 오는 11월 1일 전까지 임신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대출금 전액과 함께 최대 350만 포린트(한화 약 2억 4천만 원)에 달하는 연체 이자 벌금을 독촉받게 된다. 주택 매입 우대 대출까지 얽혀 있는 이들 부부에게 이 금액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다.
헝가리는 지난 2010년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을 펼쳐왔다. 서구권 국가들이 이민자를 수용해 노동력 부족을 메운 것과 달리, 오르반 정부는 “통계적 숫자가 아닌 헝가리 혈통의 아이가 필요하다”며 정식 결혼한 이성애자 직장인 부부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무이자 대출, 소득세 면제, 대형차 구입 및 주택 개보수 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쏟아부었다. 이 정책은 한때 헝가리의 출산율을 2010년 1.25명에서 2020년 1.59명까지 끌어올리며 미국 보수 진영 등에서 성공 모델로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헝가리의 출산율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2025년 1.31명까지 추락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인구학 연구소의 토마스 소보트카 연구원은 “원래 계획했던 목표를 기준으로 보면 이 정책은 명백히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현금성 지원이 실제 출산율을 높였다기보다는, 이미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던 부부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 출산 시기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은 이웃 나라 체코 역시 헝가리와 유사한 출산율 증감 곡선을 보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도의 혜택을 본 다자녀 가정도 존재하지만, 정책의 자원 배분이 불평등하고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세게드 대학교의 야노스 토트 교수는 “정부의 우대 조치가 농촌 지역에서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대도시에서는 영향이 미미했으며, 초기에 제공된 1,000만 포린트의 가치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격히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진짜 이유는 현금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부실한 의료와 교육 등 공공 서비스의 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다페스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공립병원의 열악한 분만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비싼 비용을 내고 사립병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결국 둘째에서 출산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돈을 주는 방식의 출산 장려책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한국 역시 수백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2025년 합계출산율이 0.8명이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헝가리처럼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하지 않는 프랑스나 북유럽 국가들은 유연한 근무 문화와 남성의 가사 분담, 무상 공공 서비스를 통해 1.6~2.0명의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패배로 오르반 전 총리가 물러난 뒤 들어선 헝가리 신임 정부는 과거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5%를 쏟아부었던 출산 장려 정책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헝가리 중앙은행에 따르면, 5년 전 돈을 빌린 부부 5쌍 중 1쌍은 결국 아이를 낳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가족 친화적 국가를 표방하던 헝가리의 정책 요람에서,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난임 부부들은 아이도 얻지 못한 채 경제적 파산이라는 잔인한 덫에 갇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