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경 장벽에 꺾인 축구 열기… ‘2026 북미 월드컵’ 비자 규제에 전 세계 원정 팬 ‘눈물’

미국의 국경 장벽에 꺾인 축구 열기… ‘2026 북미 월드컵’ 비자 규제에 전 세계 원정 팬 ‘눈물’

출처: VnExpress
날짜: 2026. 6. 12.

역사상 최초로 48개국 본선 진출 체제로 확대되며 지구촌 최대의 축제를 예고했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미 월드컵’이 미국의 유례없이 혹독한 비자 심사와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인해 빛이 바래고 있다. 본선에 당당히 진출한 국가 중 무려 4분의 1 이상이 미국의 높은 비자 거부율과 입국 제한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수천만 원의 거금을 들여 경기 티켓을 예매한 전 세계 축구 팬들이 현지 직관을 대거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13일 베트남 현지 언론 및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가나다(캐나다), 멕시코 3개국의 공동 개최로 막을 올린 2026 월드컵이 미국 행 비자 발급 적체와 무더기 거절 사태로 인해 글로벌 팬들의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본선 진출국 중 아이티, 이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4개국에 대해 전면적인 관광객 입국 금지 조치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트디부아르 축구팬연합회의 쥘리앵 쿠아디오 아도니스 대표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 중 그 어떤 나라가 이런 모욕적인 제재를 받았느냐”고 반문하며 “이것은 명백한 아프리카 차별이자 분리 장벽”이라며 계획했던 미국 원정 응원단 파견을 전격 취소했다.

미 국무부의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의 비자 발급 데이터 분석 결과, 이번 본선 진출 48개국 중 에콰도르, 이집트, 알제리, 우즈베키스탄, 카보베르데, 요르단, 콩고민주공화국, 가나 등 무려 11개국의 미국 비자 거부율이 40퍼센트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자국 대표팀이 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경기 티켓에 1800달러를 아낌없이 투자했던 이라크인 압둘라 아드난 씨 역시 비자 거부의 희생양이 됐다. 미국 정부가 중동 갈등을 이유로 이라크 내 영사 업무를 전면 중단하자, 그는 이웃 나라 요르단 주재 미국 대사관까지 찾아가 비자를 신청했으나 현지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해 결국 평생의 꿈이었던 월드컵 직관을 눈물로 포기했다.

피파 측은 비자 대란을 완화하기 위해 티켓 구매자들에게 대사관 인터뷰 날짜를 우선적으로 잡아주는 일명 ‘피파 패스(FIFA Pass)’ 제도까지 전격 도입했으나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이민법률법인을 운영하는 셀린 아탈라 변호사는 “피파 패스는 대기 시간만 단축해 줄 뿐, 실제 비자 승인 확률을 높이는 데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미국 국경무역보호국(CBP)과 정부가 쥔 비자 시스템이야말로 이번 월드컵의 무소불위 ‘보이지 않는 문지기(The invisible gatekeeper)'”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연간 미국 비자 거부율이 57퍼센트에 달하는 요르단의 경우, 국가축구팬연합회장이 무려 42개의 증빙 서류를 지참하고 대사관을 찾았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이 같은 무차별적 비자 거부의 배경에는 불법 체류에 대한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극도의 경계심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국경 봉쇄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 사이 불법 비자 만료 체류자 수가 53만 8000명을 돌파한 통계를 제시하며, 국가 안보 위협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모든 신청서의 신원 조회를 엄격히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불법 이민 근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서 핵심 공약으로 추진되고 있어 사법 당국의 단속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 총 104경기 중 결승전을 포함한 78경기가 미국 영토에서 치러지는 만큼 팬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공동 개최국인 가나다와 멕시코 역시 각자의 독자적인 장벽으로 원정 팬들의 발을 묶고 있다. 가나다 정부는 최근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본선 진출국인 콩고민주공화국 국민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가나다의 2025년 기준 전체 비자 거부율 역시 54퍼센트에 육박한다. 영사관 직접 대면 면접을 고수하는 멕시코의 경우 카보베르데,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튀니지, 이라크 등 8개 참가국 영토 내에 아예 외교 공관(대사관)을 두고 있지 않아, 해당 국가의 축구 팬들은 비자 신청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다국적 다자 외교 및 국제 스포츠 축제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북미 3개국의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 국경 행정에 전 세계 스포츠계의 깊은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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