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렴한 자본이 넘쳐나던 ‘돈의 잔치’가 끝나고 바야흐로 현금의 가치가 가장 높아지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현지 대형 자산운용사의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통화 정책의 급격한 선회와 유동성 위축 속에 주식, 부동산, 금 등 자산 시장 전반의 하락 주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9일 베트남 자산운용업계 및 현지 금융 매체 등에 따르면 SGI캐피탈(SGI Capital)은 최근 발간한 최신 시장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 시장이 금리 반등, 유동성 축수, 자산 리스크 증가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SGI캐피탈은 지난해 정점에 달했던 투자자들의 ‘현금 보유 공포 심리(FOMO)’가 완전히 뒤집히며, 앞으로는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최고의 투자 전략이 되는 ‘현금의 시대’가 귀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견조한 고용 지표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짚었다. 오히려 시장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연준의 기준금리를 약 0.5퍼센트포인트 상회하는 등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준 의장 취임 이후 연준이 자산보유고를 축소하고 시장 유동성 개입을 줄이는 긴축 조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인덱스(DXY)가 다시 100선 위로 올라섰고, 달러 공급 축소와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베트남을 비롯한 신흥국의 환율과 금리,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베트남 국내 상황 역시 유동성 압박이 지표로 증명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베트남 은행권의 신용성장률(대출 증가율)이 자금 조달 성장률(예금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면서 대출과 예금의 잔액 격차가 무려 265조 동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순 예대율(LDR)은 이미 115퍼센트를 돌파한 상태다. 비록 중앙은행(SBV)이 공개시장운영(OMO), 외환 스와프, 달러 선물 매도 등 다양한 카드를 동반해 베트남동(VND) 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당장의 예금 금리 인상 경쟁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시중의 자금줄이 급격히 메마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SGI캐피탈은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유례없는 초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환경이 현재의 자산 시장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진단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싸구려 돈’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역사적 고점으로 끌어올렸고, 이 비이성적 과열에 편승해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와 외국인 자금의 역대급 차익 실현 회수, 그리고 부동산 공급 폭탄이 쏟아졌다. 그러나 현재는 자산의 공급이 시중 통화량과 신용 흡수 능력을 초과하면서 수급 균형이 무너졌다. 신용대출과 회사채, 주식 신용융자(미수거래) 등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쌓아 올린 자산 시장에서 거래량 감소와 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가격 하락을 촉발하는 리스크 요인이다.
실실적으로 올해 들어 주식, 부동산, 금, 가상자산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메이저 자산들이 거래 가뭄과 가격 조정을 동시에 겪고 있다. SGI캐피탈 측은 “저금리 주기는 완전히 끝났으며 자산 시장의 거품이 걷히는 과정에서 현금의 가치가 점차 전면에 올라설 것”이라며 극도로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구간에 진입한 종목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으나, 과도한 부채를 털어내는 본격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만큼, 시장 전반을 주도할 거대한 진입 기회는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