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사시대 인류의 위대한 예술성을 보여주는 프랑스의 1만5천년 전 라스코(Lascaux) 동굴 벽화가 관광객들의 숨결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전면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맞이했다.21일 프랑스 문화부 및 학계에 따르면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 몽티냐크 마을 인근 숲에 위치한 라스코 동굴은 현재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히 금지된 상태다.
이 동굴은 1940년 9월 마르셀 라비다를 비롯한 4명의 프랑스 소년들이 보물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수심 15m 아래 숨겨져 있던 동굴 내부를 확인한 소년들은 초기에는 관람료를 받으며 소규모로 관광객을 모았으나, 이후 지역 선사학 전문가와 석학들의 고증을 거쳐 구석기 시대 고대 인류의 종교적 의례와 예술적 영감이 담긴 세계적 문화유산임이 증명됐다.동굴 내부에는 지금은 멸종한 거대 야생 소인 오록스를 비롯해 말, 사슴, 사자, 코뿔소 등 36종의 동물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담긴 ‘황소의 방’ 등 다채로운 벽화들이 펼쳐져 있다.
고고학계는 인류가 죽은 이를 도구와 함께 매장하고 새 머리를 한 주술사 그림을 남긴 점 등을 미루어 보아, 당시 선사시대 인류가 이미 영성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종교적 개념을 정립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평가한다.그러나 수천 년 동안 자연적인 대류 현상 덕분에 완벽하게 보존되어 온 동굴의 미생물 생태계는 1948년 정식 개장 이후 대중 관광이 시작되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1960년대 들어 여름철 하루 관람객이 1,800명에 육박하자 동굴 내부는 심각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가장 큰 원인은 관광객들이 내뿜는 ‘숨결’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동굴 안에서 호흡하면서 내부의 이산화탄소(CO2) 농도와 습도가 치솟았다. 이산화탄소가 동굴 벽면에 응결된 수분과 반응하면 화학식 $H_2CO_3$로 표현되는 약산성 물질인 탄산이 생성된다. 이 탄산 성분이 벽화의 바탕이 되는 석회암 암반을 서서히 갉아먹으면서 벽화의 천연 색소를 탈색시키고, 심한 경우 돌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리는 ‘석회암 부식 현상’을 유발했다. 여기에 관람을 위해 설치한 고출력 조명 장치가 동굴 내부 온도를 높이면서 곰팡이와 이끼, 녹조류가 급격히 증식해 벽화를 뒤덮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결국 프랑스 당국은 1958년 공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훼손 속도를 잡지 못했고, 1963년 당시 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라스코 동굴을 전면 폐쇄하고 오직 연구 목적의 전문가 진입만 허용했다.
대신 프랑스 정부는 대중의 관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1983년 원형 동굴에서 200m 떨어진 곳에 ‘황소의 방’ 등을 똑같이 복제한 모형 동굴 ‘라스코 II’를 개장했다. 이 모형 동굴은 현재 연간 약 300만 명의 전 세계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현재 원형 동굴 내부 환경은 온도 12~13도, 습도는 포화 상태에 가까운 수준으로 통제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자연 상태(약 0.04%)보다 훨씬 높은 0.3%~1% 선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당국은 첨단 정밀 센서를 설치해 석회암과 탄산의 화학적 균형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으나, 토양을 통해 스며드는 지하수가 온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가스를 머금고 내려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등 자연적인 통제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전 세계 300여 명의 전문가가 파리에 모여 라스코 동굴 구호 대책을 논의하고 2011년 권고안을 발표했으나, 이 인류 공통의 유산을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학계는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