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후임으로 엔초 마레스카(46) 전 감독을 낙점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공식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맨시티가 규정을 어기고 마레스카 감독과 불법 사전 접촉(템퍼링)을 가졌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첼시는 올해 초 맨시티가 마레스카 전 감독과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로 인해 감독의 집중력이 흐려져 팀 성적이 급락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스탬퍼드 브리지(첼시 홈구장) 측은 이로 인해 차기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진출권 획득이 불투명해지는 막대한 재정적·스포츠적 타격을 입었다며 맨시티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이탈리아 출신인 마레스카 감독과의 계약 해지 과정에 얽힌 모든 세부 조항과 비화도 전면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마레스카 감독은 올해 1월 초 별도의 위약금 없이 첼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당시 첼시는 리그 5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마지막 7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팀 내부적으로도 불협화음이 지속되자 경영진은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그와 결별했다.
특히 결별 직전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후 마레스카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 무단으로 불참하면서 갈등이 표출됐고, 첼시는 1월 1일 자로 그를 전격 경질했다. 당시 구체적인 사유는 베일에 싸여 있었으나, 마레스카 감독이 구단 수뇌부와의 면담에서 맨시티 측과 접촉 중임을 시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는 2025년 말까지만 해도 리그 2위를 마크하며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으나, 감독의 마음이 떠나면서 선수단 장악력이 무너졌고 결국 시즌 후반기 성적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첼시가 이번 소송을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 정식 조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제출해야 한다. 사무국은 접수된 내용을 토대로 맨시티의 규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다만 첼시의 본격적인 법적 조치는 맨시티가 과르디올라 감독의 결별을 공식화하고 마레스카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시점에 맞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의 10년 장기 집권을 마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뒤를 잇기 위해 맨시티는 시티 풋볼 그룹(CFG) 시스템을 잘 아는 마레스카를 영입 1순위로 지목했다.
마레스카 감독은 지난 2020-2021시즌 맨시티 U-21 팀을 이끌며 우승을 경험했고, 2022-2023시즌에는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로 보좌하며 트레블(3관왕)을 합작한 바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전술적 철학을 완벽히 공유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맨시티의 연착륙을 이끌 적임자로 꼽히지만, 첼시의 강력한 법적 태클이 걸리면서 맨시티의 차기 감독 선임 전선에도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