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의 전기차 제조 자회사 빈패스트(VinFast)가 베트남 내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브랜드와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생산 부문의 막대한 부채와 감가상각 부담을 덜어내면서, 모기업인 빈그룹의 재무 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베트남 증권업계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빈패스트의 전면적인 생산 부문 재구축 계획이 발표된 직후 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지난 14일 호찌민 증권거래소에서 빈그룹(VIC)의 주가는 폭등하며 주당 23만 동 선에 육박,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빈패스트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극대화하는 자구책을 내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에셋 라이트(Asset-Light·자산 경량화)’ 모델로의 전환이다. 빈패스트는 하이퐁과 하띤에 위치한 자동차 생산 법인인 ‘빈패스트 생산·경영 주식회사(VFTP)’ 지분 전량을 13조 3,096억 동(약 5억 3,000만 달러)에 투엉라이(Tương Lai) 공사와 팜 녓 부엉 빈그룹 회장 등이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대신 빈패스트는 ‘빈패스트 베트남 주식회사(VFVN)’를 통해 글로벌 R&D, 지식재산권(IP), 차량 디자인, 브랜드 개발,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등 핵심 자산만 보유한다. 특히 이번 계약의 백미는 매수자 측이 지난 3월 31일 기준 빈패스트가 안고 있던 총부채 및 지급 의무의 대부분인 약 182조 동(약 72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을 그대로 승계하기로 한 점이다.
이로써 빈패스트 베트남 법인은 사실상 ‘무부채’ 상태의 가벼운 조직으로 거듭나며, 구매자인 투엉라이 공사에 자사 표준과 설계에 맞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위탁 생산을 맡기게 된다. 타이 티 타잉 하이 빈패스트 부총감독은 “공장은 여전히 빈패스트의 기준에 맞춰 차량을 생산하며, 소비자 인도 전 엄격한 품질 관리는 빈패스트가 계속 책임진다”라며 “기존의 판매, 보증, 사후관리(AS) 등 고객 서비스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 및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빈패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막대한 초기 투자 금융 비용과 감가상각비의 늪에서 단숨에 탈출하게 됐다. 빈패스트는 지난 2025년 한 해에만 금융 비용으로 22조 3,150억 동을 지출했고, 공장 및 설비 감가상각비로 11조 320억 동을 썼다. 매년 고정적으로 나가는 이 두 가지 비용만 33조 3,000억 동(약 13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이 거대한 비용 부담이 빈그룹의 연결 재무제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는 미국 애플이 폭스콘에 위탁 생산을 맡기고, 엔비디아가 TSMC를 통해 칩을 구워내며 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합리적 생존 공식과 궤를 같이한다. 베트남 국내에서도 사베코(Sabeco), 하베코(Habeco), 마산그룹(Masan) 등 대기업들이 자회사나 파트너사를 통해 대규모 위탁 생산을 진행하며 브랜드 권력과 유통망 이익을 통제하는 방식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빈패스트의 승부수로 인해 빈그룹이 강력한 ‘쌍둥이 호재’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빈그룹은 핵심 캐시카우인 빈홈즈(Vinhomes)가 매년 천문학적인 분양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연결 재무제표상에서 빈패스트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느라 전체 당기순이익이 토막 나는 모순을 겪어왔다.
하이 부총감독은 “빈그룹 지분율에 따라 그동안 빈패스트 총부채의 50%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던 주주들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재무 리스크를 덜어내며 안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무 구조가 깨끗해진 빈패스트 베트남 법인은 마케팅과 기술 개발에 화력을 집중해 당초 시장 전망치보다 훨씬 앞당겨진 오는 2027년부터 베트남 시장에서 흑자 전환(BEP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팜 녓 부엉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선언했던 “앞으로 빈패스트는 빈그룹의 돈을 쓰는 곳이 아니라, 그룹에 엄청난 가치를 안겨줄 보물이 될 것”이라는 약속을 이행하는 결정적 승부수다. 특히 부엉 회장이 개인 자금을 투입해 리스크가 큰 생산 공장과 10조 원대 부채를 직접 떠안았다는 점은,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전기차라는 ‘국가 대표 브랜드’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총수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