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 대화 재개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격 회담을 가졌다. 27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파키스탄 일정을 마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 전쟁 상황과 휴전 협상 등 주요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공항 도착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은 현재 진행 중인 군사 충돌과 관련된 최근 상황에 대해 러시아 측과 심도 있게 협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란은 러시아 방문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등 걸프 지역 국가들과 프랑스 외무장관과도 잇따라 전화 회담을 하며 외교적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원한다면 언제든 우리에게 연락하거나 전화할 수 있다”며 “우리에게는 안전하고 좋은 통신 라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사태가 “아주 빨리” 끝날 것이며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이란 측 협상가들이 지혜로운 결단을 내리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의 긴장감은 여전히 팽팽하다. 이란 의회의 알리 닉자드(Ali Nikzad) 제2부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절대 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는 이슬람 혁명 지도부의 명령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4월 13일부터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고 있어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 부대인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까아니(Esmail Qaani) 사령관은 “저항 전선의 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현재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해 중동 내 대리전 양상이 더욱 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