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인 설 명절이 자정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것과 달리,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크메르족 동포들은 올해 4월 14일 오전 10시 48분이라는 독특한 시간에 새해를 맞이했다. 15일 호찌민시 꿕뜨(Candaraṃsī) 사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크메르족 전통 명절인 ‘쫄 츠남 트메이(Chôl Chnăm Thmây)’를 축하하기 위한 인파로 가득 찼다.
크메르족의 새해 첫 순간인 ‘가오 트어(Giao thừa)’ 시간이 매년 바뀌는 이유는 한 해를 관장하는 신인 ‘추 티엔(chư thiên)’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시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꿕뜨 사원의 차우 호아이 타이(Châu Hoài Thái) 부주지는 “베트남 민족(킨족)은 음력 1월 1일 0시를 고정된 설날로 지내지만, 크메르족과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은 매년 신구 신이 교체되는 시점을 계산해 시간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주기는 약 365일 6시간 정도로, 올해처럼 대낮에 새해가 시작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올해 새해를 관장하는 신은 대범천(Mahābrahma)의 셋째 딸인 ‘라카사 데비(Rakkhāsādevī)’로 알려졌다. 크메르족 전통 관념에 따르면 올해의 신은 검은색 의복을 입고 오른손에는 삼지창, 왼손에는 활을 들고 있으며 귀에는 연꽃을 꽂고 있다. 이에 따라 사원 곳곳의 제단에는 검은색 천과 향기로운 연꽃이 공양물로 올려졌으며, 신도들은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며 정성껏 기도를 올렸다.
크메르족의 최대 명절인 쫄 츠남 트메이는 총 3일간 진행된다. 첫째 날인 ‘상 크란(Săng Cran)’은 새로운 신을 맞이하는 날이며, 둘째 날인 ‘워어 로안 뽓(Vāravanapata)’은 신구 신이 교체되는 과도기를 의미한다. 마지막 셋째 날에 비로소 공식적인 새해 일과가 시작된다. 2026년 축제는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 동안 신도들은 사원에 공양을 올리고 모래산을 쌓는 의식과 함께 불상을 씻기고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욕불(Tắm Phật)’ 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