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국내 휘발유 및 석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약 5억 2,000만 달러(약 7,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원을 투입했다. 7일(현지시간) 산업통상부와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은 유가 안정화 기금(BOG) 집행과 사상 첫 국가 예산 직접 투입을 결합한 다층적 가격 안정 전략을 시행 중이다.
구체적인 재원 구성을 보면, 유가 안정화 기금에서 약 5조 3,000억 동(약 2억 1,700만 달러)이 지출되었으며, 여기에 정부 예산 8조 동(약 3억 300만 달러)이 기금으로 긴급 수혈됐다. 정부 예산이 유가 안정을 위해 직접 기금에 투입된 것은 베트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금은 최근 한 달 동안에만 9차례 가동되며 급격한 가격 변동을 흡수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파격적인 조세 지원 정책도 병행된다. 정부는 지난 3월 9일부터 석유류 수입 관세를 0%로 인하한 데 이어, 환경보호세와 개별소비세도 한시적으로 0%까지 감면했다. 부가가치세 면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매달 약 7조 2,000억 동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민생 경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산업통상부는 이러한 조치가 없었다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3만 동을 훌쩍 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조절 시스템도 더욱 유연해졌다. 정부는 지난 3월 19일 공포된 결의안 제55호(Nghị quyết 55)를 통해 국제 유가가 15% 이상 변동할 경우 단 하루 만에도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과거 7일 주기의 가격 조정 체계에서 벗어나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덕분에 베트남은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등 주변국이 50~80%의 가격 상승폭을 보일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