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경제 개혁의 상징인 ‘도이머이(Đổi mới)’가 40주년을 앞두고 ‘버전 2.0’으로의 진화를 준비 중인 가운데, 정책의 설계보다 ‘실행력’이 개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베트남 중앙경제관리연구소(CIEM) 전 원장인 응우옌 딘 꿍(Nguyen Dinh Cung) 박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지도부의 제도 개혁 의지가 강력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꿍 박사는 지난 40년 도이머이의 가장 큰 교훈으로 ‘시장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견지’를 꼽았다. 그는 “더 많은 시장, 더 현대적인 시장, 더 경쟁적인 시장이 필요하다”며 과거의 관행인 ‘신-초(xin-cho, 청탁과 시혜)’ 중심의 왜곡된 시장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기업과 국민의 문제에서부터 정책을 출발시키는 도이머이 정신의 회복을 촉구했다.
도이머이 2.0이 이전 단계와 다른 점은 ‘자원 배분’의 주체가 국가에서 시장으로 완전히 넘어간다는 점이다. 꿍 박사는 1차 개혁이 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 발전에 집중했다면, 2차 개혁은 토지, 자본, 노동, 과학 기술 등 생산 요소 시장의 효율적 배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1차 개혁이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Win-Win)’ 구조였다면, 2차 개혁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층이 손해를 봐야 하는 ‘윈-루즈(Win-Lose)’ 성격이 강해 저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는 토지와 신용 자본의 왜곡된 흐름을 지목했다. 토지가 생산이 아닌 자산 보유와 시세 차익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국가의 소중한 자본이 부동산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꿍 박사는 부동산 투기의 매력을 낮추기 위해 부동산세 도입과 같은 시장 친화적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이 부동산이 아닌 제조와 혁신 분야로 흘러가야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두 자릿수 성장률 목표에 대해서는 목표 설정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단순히 신용을 확대하거나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의 ‘외연적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과학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동력으로 하는 생산성 기반의 성장 모델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구성원들이 제도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신뢰를 가질 때 비로소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자금 동원과 행동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