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사장학개론 (김승호)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들었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것의 가치를 알면서도 일부러 실패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손실회피 성향’을 갖고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500 만원을 버는 기쁨보다 500만원을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는 이야기입니다. 투시능력이 있지 않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500만원을 걸고 홀짝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또한, 이런 저런 불만과 망가지는 건강, 보이지 않는 미래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시원하게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의 이유입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역 안에서 박스를 깔고 누워있는 노숙자분들을 지나치다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지옥철에서 시루떡처럼 찡겨지는 고통도, 곧 만나게 될 악마 상사와의 하루도, 심박수를 올리는 진상고객님과의 통화도 잘 이겨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저 노숙자분들도 한때는 나처럼 출퇴근을 하셨을거란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가로지르는 소떼처럼 무리생활을 선호하고, 그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달립니다. 무리에서 도태된 어린소, 늙은소, 병든소, 다친소는 곧 굶주린 사자 무리와 마주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죠. 이책 <사장학개론>의 저자 김승호 대표는 ‘실패와 친해져라’라고 말하며 실패를 부추깁니다.

“당신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도전했다는 뜻이고 거듭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그럼에도 또 도전했다는 이야기다. 어쩌다 보면 포기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때가 올것이다. 바로 그때다. 그때가 바로 당신이 다른 인생을 살 기회의 순간이 온 것이다.” (page 347)

김승호 대표는 언론, 방송, 유투브 등에서 창업 전문가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김밥파는 CEO>, <돈의 속성> 등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실제 미국에서 ‘스노우폭스’라는 1조원 정도의 매출을 가진 도시락 사업체의 회장 (2023년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0년간 ‘한국 사장학교’를 통해 3,000명의 사업가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이 책은 그때 그들을 가르쳤던 경험과 그때 얻은 질문들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의 타겟은 명확히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그리고,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 사업가입니다. 저자가 경고하는 이 책의 주의점 중 하나가 ‘이 책을 직원에게 읽히지 말아라. 이 책을 직원에게 주면 퇴사후 창업할 확률이 높다’ 입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작가의 엄청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87년 대학 중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슬럼가 식품점, 이불가게, 한국 식품점, 지역신문사, 컴퓨터 조립회사, 주식 선물거래소, 유기농 식품점을 운영하며 실패를 거듭했다는(책 표지의 저자소개란 참고) 저자의 실패 경력, 이후 총매출 1조원 규모의 ‘스노우 폭스’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중인 저자의 이력이 ‘실패 전도사’로서의 그의 실패 예찬을 더욱 설득력있게 합니다. 내일 모레 50을 앞둔 중년의 나이에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하루 하루 열심히 살며 이루고, 모으고, 해낸 일들에 대한 안도감과 함께, 하루하루 조심히 살며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을 함께 느낍니다. 권투선수로 치면 12라운드 동안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한번 뻗어보지 못하고, 오른손 가드를 강력히 올린채 왼손 잽만 날리며 인기 없는 판정승을 거둔 기분입니다.

화가로 치면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잘’ 그리는 화가가 된 기분입니다. 그림을 보면 크게 흠잡을 것은 없는데, 뭔가 영혼이 없는, 그래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거나 감동을 주기에는 부족한 그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살고 있는 기분입니다. 전쟁을 지휘하고 있는 장군의 입장에서 보면 매일매일의 전투는 힘겹게 이기고 있는데, 전쟁의 승리의 기운이 보이지 않는 그런 기분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람들은 잘못한 일보다는 안해본 일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실제로 그럴 것 같습니다.

이미 사장이거나, 예비 사장인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진 이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1장은 사업중에 겪는 실제적인 문제와 해결책, 2장은 올바른 사장의 마음가짐, 3장은 직원을 다루는 용인술, 4장은 사업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방법, 5장은 큰 성공을 할 사장의 마음가짐, 6장은 창업의 방법과 창업가의 마음가짐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가 사장이거나 예비 사장일 경우라면 ‘내가 창업에 적합한 사람인가?’ 부터 ‘내 사업이 제대로 가고 있는가?’, ’10억대 부자, 100억대 부자, 1000억대 부자가 가족을 대하는 올바른 방법’, ‘직원을 해고할때의 주의점’, ‘아내의 지지를 받는 방법’ 등 커피숍에서 친한 형님에게나 들을 수 있을 법한 구체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최소한 내 현재 사업 현황에 대한 체크리스트 역할은 충분히 하는 책입니다. 이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는 ‘직원’분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3장 직원-그들은 누구인가? ‘를 읽으면 사장님의 입장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서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모시고 있는 사장님의 사업적, 인간적 고뇌를 깨닫고, 삼국지의 관우처럼 최고의 2인자로서 회사의 역사에 길이남는 ‘직장의 신’이 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고, 제갈공명처럼 실속있는 2인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이책을 읽다가 내안에 잠자고 있는 창업 DNA를 발현시켜 사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알고봤더니 내가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아름다운 백조였다는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죠.

이 책의 저자가 실제로 훌륭한 기업인인지, 실제 성공한 사업가인지는 이 책만 읽고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와 함께 일해보지 않았고, 그의 회사에 대해 ‘기업실사’ 조차 실시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하는 얘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그의 조언을 ‘성공한 사업가의 불변의 법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이미 6번의 실패를 한 그가 7번의 실패를 하지 말란 법도 없고, 400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속에 인생을 담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략과 압축, 과장과 미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성숙한 독자가 되길 바랍니다. 저자의 이력은 흥미롭고, 맨토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작가로서 글솜씨도 뛰어나고, 책은 줄을 칠만한 조언들이 많습니다. 일터에서 설레임과 아드레날린, 야수의 심장을 느끼며 돈을 벌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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