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입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부부 중 1명은 일정 시기가 되면 경제적 활동을 그만두고 자녀 교육에 전념하는 것이 매우 흔한 풍경입니다. 경제적 활동을 하는 다른 배우자 수입의 상당 부분 역시 학원비, 과외비 등 사교육비로 많이 사용됩니다. 진도에 따라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공부해 놓는 ‘선행 학습’이 상식이 되어버린 교육 환경에서, 학교는 시험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거대한 원형경기장(콜로세움)이 되고, 우리 아이들은 학원과 부모의 명예를 위해 싸우는 검투사(글래디에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이 끝날 때마다 기존의 챔피언(전교 1등)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안도의 한숨을 쉬거나,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하며 주변을 놀라게 합니다. 챔피언의 부모는 자신의 투자와 아이의 노력에 대해 주변의 부러움 어린 시선과 존경하는 눈빛, 교육 인플루언서라는 자리로 보상을 받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해야 하기 때문에, 못하는 아이는 잘해야 하기 때문에 이 성적표 검투 대회는 학창 시절 동안 끊임 없이 이루어집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선생님이, 집에서는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그렇게 강조를 해도 그렇다고, 모두가 어른들의 뜻대로 공부만 하지는 않습니다. 공부를 할 아이는 공부를 하고, 공부를 안 할 아이는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학교에 친구들과 놀러 오는 아이도 있고, 일찍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에 뛰어나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재밌는 그림이나 만화를 그려 보여주며 뿌듯함을 느끼는 아이도 있고, 소풍 가서 멋진 노래나 춤 솜씨를 뽐내며 인기를 끄는 아이도 있고, 축구를 잘해 체육 시간에만 자아 실현을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교다닐 때 상위권에서 공부했던 친구들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월급을 받으며, 피도 안섞인 사장님 재산 불려주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살고 있는 반면, 신문에 나오는 가수나 배우들이 자기 소유의 빌딩(대출을 얼마 끼고 있고, 공실률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에서 나오는 월세를 받고 산다는 얘기를 듣는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연예인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면 오히려 그길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재벌 2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박지성이나 G-Dragon의 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기간은 공부가 되었든 노래가 되었든, 축구가 되었든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 속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앞으로 혼자 살아 갈 수 있는 힘과 태도를 기르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소중한 시기를 빼앗기고 있다면 부모님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불안 세대>의 저자 조나선 하이트는 2010년~2015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정확한 통계 자료를 구할 수 있는 미국, 영국의 데이터를 근거로)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불안감이 증대되었고, 그 원인은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 인스타그램으로 상징되는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이 심하게 훼손되었는데, 일단 디지털 세계에 나오는 비현실적인 외모와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인플루언서들과 자신의 외모와 삶을 비교하며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맺은 넓고 얕은 (언제라도 ‘언팔’될 수 있는!) 인간 관계는, 속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보호해 줄수 있는 한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빼았고 있으며, 사이버 왕따 행위는 부모와 교사가 모르는 곳에서 아이들에게 큰 고통과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한스크롤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게임 등 디지털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고, 인간 관계를 맺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시간을 ‘기회 비용’으로써 잃게 된다는데 있다고 저자는 강한 문제 제기를 합니다. 온라인 기업이 광고주로부터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아이들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정교하게 계산된 심리적 도구를 이용하여 가져가고 있음을, 정부, 학교, 부모가 빨리 깨닫고 법률, 정책, 집단 행동을 통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셜 미디어 기업이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피리부는 사나이’가 되어 우리 아이들을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다는 위기감과 경계심을 느꼈습니다. 뉴욕 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로서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이고, 2019년 영국 매체 <프로스펙트>에서 세계 50대 사상가로 선정 되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연구자입니다. 2018년부터 소셜 미디어가 십대의 정신건강 쇠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그 결과물로서 이 책을 2024년도에 발표하였습니다. 출판 즉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많은 부모님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 일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팔순을 앞두고 계신 저의 어머니는 제가 학교 다닐때 저를 교육하시는 과정에서 나쁜 친구, 노래방, 비디오방, 음악감상실(X-Japan의 뮤직비디오, 헤비메탈 음악을 틀어주던), 콜라텍, 락까페를 조심하셔야 했습니다. 또한 제가 어렸을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비디오 테이프를 틀면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라는 캠페인 나레이션이 동영상과 함께 나왔습니다. 그때는 나쁜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해적판 만화가 아이들의 정신을 오염시킨다고 믿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험한(?) 환경에서 올바른 어른이 되어 가정까지 꾸린 제가 대견스럽네요. ‘요즘 아이들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저자의 문제 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요즘 아이들만 위험하다’는 종말론적 사고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 관리’는 역사적 사명입니다. 당연하게도 중학생인 제 아이는 30년 후에 새로운 사명을 부여 받겠지요. 2025년 현재 학교 다니는 아이를 가진 부모님께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