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베트남이 기술 자립과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칩 개발이나 대형언어모델(LLM)보다 ‘에너지 주권’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RMIT 베트남 대학교의 제임스 강(James Kang) 컴퓨터공학과 수석강사는 베트남이 범용 AI 모델 개발이나 첨단 반도체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강 강사는 AI가 단순히 클라우드상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며, 참다운 AI 주권을 확보하려면 먼저 안정적인 에너지 주권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총 221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 41곳이 운영 중이며, 호찌민시에 위치한 비에텔(Viettel)의 140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등 테크 산업의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열대 기후 특성상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량의 30~40%가 열을 식히는 냉각 비용으로 사용되는 점도 큰 도전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긴 해안선을 활용한 해수 냉각 시스템 및 해중 데이터센터 도입을 제언했다. 아울러 수백 기가와트(GW) 잠재력을 지닌 해상풍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이 핵심 전력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지난 2026년 3월 러시아와 2,400MW 규모의 닌투언(Ninh Thuận) 1 원전 프로젝트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도 함께 검토 중이다. RMIT의 AI 전문가 쩐 뀌 흥(Trần Quy Hùng) 연구원은 단일 전력원에 의존하기보다 에너지와 냉각 기술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강사는 베트남의 최종 목표가 외국 기업의 연산 거점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력 기반 인프라를 자국의 기술 자립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단순한 공공서비스가 아닌 국가 AI 전략의 핵심 요소로 다루고, 해상풍력 및 해수 냉각을 활용할 수 있는 해안가 중심의 통합 인프라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외자 데이터센터 유치 시 현지 인재 양성 및 연구 역량 강화, 자국 내 AI 응용 기술 개발을 조건으로 거는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