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기업공개(IPO) 시장이 2025년 하반기부터 되살아나 2026년에도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 흐름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여러 해 사실상 ‘얼어붙어’ 있던 베트남 IPO 시장은 2025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활황 주기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사 3곳(TCBS·VPS·VP뱅크증권)의 IPO는 3조6천억 동(VND) 가까이를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특히 TCBS는 청약 물량이 공모 물량의 2.5배에 달해 당시 IPO 시장의 매력을 보여줬다. 대형 거래가 잇따라 돌아오고 시장 등급 상향 기대와 함께 증시 거래대금이 연일 기록을 세우면서, 투자자들은 새로운 IPO 물결이 열리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2026년 상반기가 지난 지금의 그림은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시장에서 이뤄진 IPO는 디엔마이싸인(DMX)과 호아팟농업(HPA), LP뱅크증권(LPBS) 등 3건으로, 조달 총액은 약 1조8천800억 동이다. 이는 2025년 조달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2017∼2018년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올해 조달액의 대부분은 2026년 가장 기다려진 이름인 DMX의 IPO가 차지했다. 이 회사는 가전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이익 성장세가 높으며, 에라블루(EraBlue)를 통해 인도네시아로 확장하는 전략을 갖췄고 모회사인 세계이동통신투자(MWG)의 뒷받침도 받는다.
공모 전에는 여러 기관이 이 거래를 2018년 이후 베트남 최대 IPO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DMX는 공모 물량의 약 93%만 배정하는 데 성공해, 예정했던 최대 1조4천300억 동 대신 1조3천300억 동가량을 조달했다. 절대 규모로 보면 60개에 가까운 펀드와 국내외 기관투자자 수십 곳이 참여한 성공적인 거래다.
다만 DMX처럼 최상급 기업조차 공모 물량을 다 팔지 못했다는 것은 자금의 성향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여러 기업이 공모를 열자마자 몇 배의 청약이 몰리던 2017∼2018년처럼 시장이 IPO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IPO의 매력이 떨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VN지수가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한 뒤 증시 밸류에이션 수준이 크게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미 상장돼 유동성이 높고 영업 이력이 투명하며 즉시 사고팔 수 있는 종목이라는 선택지를 많이 갖고 있다. 반면 IPO에 참여하면 상장까지 기다려야 하고 시장 변동 위험과 초기 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 시장의 자금이 갈수록 선별적으로 움직인다. ‘IPO는 곧 승리’라는 이야기를 좇는 대신, 펀드들은 성장 전망과 밸류에이션, 상장 후 수익 가능성, 종목의 유동성을 더 꼼꼼히 따진다. 2025년 말 성공한 IPO들 가운데도 상장 후 주가 흐름이 기대에 못 미친 사례가 적지 않아 투자자들이 한층 신중해졌다.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증시의 자금이 2025년 절정기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2025년 8월 하루 4조7천억 동 가까이로 최고치를 찍은 뒤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꽤 빠르게 줄었다. 2026년 중반 현재 체결 기준 거래대금은 하루 1조3천억∼1조4천억 동 수준으로, 가장 활발했던 시기보다 70% 가까이 낮다.
거래대금 감소는 지난해 하반기의 들뜬 국면 이후 투자자들의 신중한 심리를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은 분배와 상장이 끝나야 거래할 수 있어 자본이 묶이는 IPO보다, 이미 상장돼 유동성이 높고 쉽게 거래되는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상황은 자금이 확대되기보다 순환하는 성격을 띤다. 대형 IPO에 참여하려면 여러 기관과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보유 종목을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 IPO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수천 개 종목과 직접 경쟁해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올해 가장 기대를 모았던 DMX조차 공모 물량을 다 팔지 못한 것은 문제가 기업의 질이 아니라 시장의 자금 흡수 능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IPO 규모가 클수록 자금 조달 압박도 커진다.
2026년 초 투자자들은 하이랜드커피와 CP베트남, HD증권(HDBS), LPBS, 카피증권, 바오틴만하이 등 대형 기업이 잇따라 상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추진 속도는 꽤 더디다. 일부 거래는 계획을 계속 미루고 있고, 여러 기업은 서류를 준비하거나 알맞은 공모 시점을 고르는 단계에 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골든게이트와 롱쩌우, 더크라운엑스, 바익호아싸인, 타코(THACO), 비엣텔IDC 등 투자자들이 여러 해 기다려온 이름들과 일부 기술 기업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IPO 공급이 이전 주기 같은 ‘포모(FOMO·소외 공포)’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IPO 물결이 2017∼2018년과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규모가 매우 큰 국영기업 주식화가 주된 동력이었다면, 지금의 주기는 민간 기업과 자회사 분할, 그룹 구조조정, 증권사 IPO에 더 많이 기대고 있다. 이는 시장을 더 다양하게 만들지만 개별 거래의 규모를 작게 만들어 파급력도 예전만 못하다.
상반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에도 여러 연구기관은 중기적으로 베트남 IPO 전망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본다. SSI리서치는 IPO를 준비하는 기업군이 유통과 소비, 인프라, 증권, 농업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것이 시장의 상품을 넓히고 베트남 증시의 깊이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베트남의 시장 등급 상향 문제는 이제 FTSE러셀이나 MSCI의 기술적 기준만을 둘러싼 것이 아니라, 질 좋은 자산 공급을 넓히고 유동성을 개선하며 국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 시장의 투자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더 근본적인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IPO를 촉진하는 동력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기대를 모으는 IPO 물결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나, 10년 전처럼 광범위한 열풍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진짜 질 좋은 기업들의 주기가 될 가능성이 크며, 각 거래는 투자자가 돈을 넣도록 설득하기에 앞서 스스로 매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