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불안과 남쪽 이웃 나라 미국의 압박, 그리고 내부적인 민생고가 맞물리면서 캐나다 청년들의 자원입대가 급증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국방 예산을 수백억 달러 규모로 증액하고 군 재무장화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이로 인한 복지 및 대외 원조 예산 감축 등 국가적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14일 캐나다 국방부 및 오타와 안보 당국 종합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캐나다군의 신병 입대율은 전년 대비 13% 증가하며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오타와 외곽에서 열린 신병 선서식에 참여한 18세 청년 패트릭 테일러는 “세계 곳곳에서 갈등이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돕고 정의의 편에 서고 싶어 입대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강력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캐나다 사회의 인식 변화를 투영한다.
캐나다 청년들이 군대로 향하는 가장 직접적인 동기 중 하나는 남쪽 국경을 맞댄 미국과의 관계 변화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미국의 51번째 주 편입’을 언급하거나 캐나다산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캐나다 사회 내부에서는 “언제든 대립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고조됐다. 실제로 지난 2월 여론조사 기관 폴리티코의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의 63%가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응답자의 3분의 2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글로벌 갈등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국방 개혁과 파격적인 군인 복지 혜택도 입대 러시를 견인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잠수함, 구축함, 전투기 추가 도입과 국가 탄약고 건설을 골자로 하는 군 재무장 전략을 발표했다. 동시에 군인 임금을 20% 인상하고 주거 및 의료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데이비드 맥기티(David McGuinty) 국방장관은 “캐나다인들이 호전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안보 현실에 눈을 뜬 것”이라며 “우리가 아무리 평화를 사랑하더라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맨몸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극심한 생활비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청년층이 마주한 경제적 위기 정세도 입대를 결심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학 졸업 후 막대한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군대가 안정적인 돌파구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군의관 지망생인 한나 호커(23)는 “자가 소유 기회, 출산 휴가 보장, 연금 혜택 등은 일반 직업군에서는 찾기 힘든 아주 중요한 조건”이라며 “밖에서 간호학을 공부했다면 엄청난 빚을 졌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야당인 보수당의 셰릴 갈란트 의원 역시 “청년들의 군 관심 증가는 심각한 경제 침체와 맞물려 있다”며 일자리가 부족한 청년들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다만 이러한 국방비 증액 이면에는 뼈아픈 재정적 절충이 따르고 있다. 나토(NATO)의 요구 수준인 ‘GDP 대비 5%’를 충족하기 위해 캐나다는 오는 2035년까지 매년 1,50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70년대 초부터 이어온 무상 의료 시스템을 손대는 대신, 우선 대외 원조 예산을 15%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국제개발 전문가들은 군사력 강화 못지않게 글로벌 취약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갈등의 불씨를 끄는 방안이라며 예산 삭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삼면의 바다와 우호적인 이웃 미국에 둘러싸여 안보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캐나다가 거대한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군사적 자립과 재정적 균형이라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