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대형 오피스 빌딩 시장에서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기존의 ‘친환경(Green)’ 기준을 넘어 건물이 인간의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인증하는 ‘헬시 빌딩(Healthy Building·건강한 건축물)’ 유치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27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 및 글로벌웰빙건축연구소(IWBI)의 베트남 오피스 자산 분석 종합 공시 보도에 따르면, 호치민시 수안호아(Xuân Hòa)동에 위치한 연면적 13층(지하 3층) 규모의 ‘다이킨 에어 타워(Daikin Air Tower)’가 미국의 권위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인 ‘리드 플래티넘(LEED Platinum)’과 베트남 자체 녹색 건축 기준인 ‘로터스(LOTUS)’는 물론, 인간의 건강을 평가하는 ‘웰 플래티넘(WELL Platinum)’ 인증을 동시에 획득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리드가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웰 인증은 공기, 물, 영양, 운동, 조명, 편안함, 정신 건강 등 7대 핵심 기준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신체·정신적 생산성 향상을 종합 평가한다.
이 건물의 개념 설계를 담당한 일본 니켄세케이(Nikken Sekkei)의 히로마사 다나카와 유코 무라타 전문가 그룹은 해당 건축물에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탄소(CO₂),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을 실시간 감지하는 실내 공기질(IAQ)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내식당, 낮잠 구역, 피트니스 센터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공간을 대거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헬시 빌딩은 이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통합 지원하는 공간을 뜻하며, 주로 피트웰(Fitwel)이나 웰(WELL) 인증을 통해 공인된다.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와 홍콩대 공동 연구진은 현대인이 시간의 9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내고 만성 질환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급증함에 따라, 특히 팬데믹 이후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이 같은 건강 건축물 트렌드가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에서는 다이킨 에어 타워 외에도 비엣콤뱅크 타워(Vietcombank Tower), 사노피 호치민 SAV 오피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베트남 본사 등이 이미 ‘웰 골드(WELL Gold)’ 등급을 획득했다. IWBI 집계 결과 현재 베트남 내에 다양한 등급의 웰 인증을 취득한 프로젝트는 총 54개에 달한다. 1994년 베트남에 진출해 사이공 전시컨벤션센터(SECC), 베트남 군사역사박물관, 에코파크 내 랜드마크 및 스완레이크 레지던스 등을 설계한 니켄세케이는 도시화에 따른 장기적인 미세먼지 농도 상승과 교통량 증가가 오피스 환경의 공기질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CBRE가 발표한 ‘2026 베트남 오피스 공간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지 개발자와 임차인들은 기후변화 적응보다 건축물의 ‘웰빙(Wellness) 기능’ 충족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주가 제공하는 편의시설 중 기업 활동에 가장 가치 있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공기질 및 실내 환경 모니터링’을 꼽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야외 정원 및 녹지 공간(48%), 피트니스 센터(32%), 구내식당(24%), 조용한 명상 공간(2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CBRE는 기업들이 과거의 화려하고 형식적인 고급 시설 대신 직원들의 안전, 운영 안정성, 일상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웰빙 지표와 공기질 통제를 최우선 순위로 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증은 자산 가치 향상과도 직결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부동산혁신랩이 미국의 10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헬시 빌딩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인증이 없는 주변 유사 건물에 비해 평방피트(sq ft)당 최소 4.4%에서 최대 7.7%까지 더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베트남의 헬시 빌딩 시장은 아직 초기 발걸음을 뗀 단계다. 동남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할 때 베트남의 웰 인증 프로젝트 수(54개)는 인도네시아(56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태국(206개), 싱가포르(203개), 필리핀(150개), 말레이시아(119개) 등 주변 선도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다. CBRE 전문가들은 베트남 오피스 자산 개발자들이 단순한 공간 임대를 넘어 임차인의 편안함과 생산성을 자동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빌딩 기술을 융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의 지속 가능한 주거 및 근무 공간 확보가 기업 실사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현대적 오피스 공급이 향후 자산 시장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