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올여름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관람객들에게 비자 인터뷰 우선권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유학 비자 발급철을 맞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입국 차질과 이로 인한 미국 대학가의 등록률 폭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미국 교육계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올해 초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 경기 티켓을 구매한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비자 인터뷰 예약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월드컵 우선 예약 시스템(FIFA PASS)’을 전격 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비자 간소화 시스템을 최종 확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유의 강력한 이민 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월드컵이라는 글로벌 특수를 맞아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이 같은 타협안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그동안 미 국무부가 관례적으로 유학생 비자 신청을 최우선으로 처리해 왔으나, 이번 ‘FIFA PASS’ 도입으로 인해 학위 과정(F-1), 직업 훈련(M-1), 교환학생(J-1) 비자 신청자들이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미국 대학 총장 협의체인 ‘프레지던츠 얼라이언스(Presidents’ Alliance)’의 연방 정책 부국장 주자나 세플라 우트슨은 이번 조치가 고등교육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비자 발급 지연이 유학생 등록률 폭락을 가속화해 미국 대학들의 재정 악화는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 발생했던 유학생 비자 인터뷰 중단 사태의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여름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한 달 가까이 전격 중단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대형 유학 시장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실제로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8월 사이 발급된 유학 관련 비자(F-1, M-1, J-1)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6퍼센트나 급감했다. 이 같은 피크 시즌의 비자 발급 차질은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률이 전년 대비 17퍼센트 감소하는 직격탄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연이은 여행 제한 조치도 유학 장벽을 한층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전 세계 19개국을 대상으로 한 입국 제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중 12개국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나머지 7개국에 대해서는 유학생(F-1) 및 교환학생(J-1) 비자를 포함한 특정 비자 발급이 전격 제한됐다. 미 행정부는 이와 함께 유학생 비자 심사 및 스크리닝 기준을 대폭 강화했으며, 특히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교육 단체들의 반발과 호소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월드컵 비자 수요가 전 세계 미 영사관의 행정 인력을 전력으로 고갈시킬 것이라며, 다가오는 유학 시즌의 비자 처리 역량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NAFSA는 미국교육협의회(ACE)를 비롯한 31개 고등교육 단체와 공동 서한을 발송하고, 국무부가 외국인 유학생과 학자들에 대한 비자 우선 처리 지위를 즉각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 등록 벤치마크 조사(Global Enrollment Benchmark Survey)가 지난달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봄 학기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률은 학사 과정이 전년 대비 20퍼센트, 석사 과정이 24퍼센트 각각 폭락했다. 비자 제한과 정부의 정책 변화가 미국 고등교육 분야의 가장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