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인공지능(AI) 분야가 디지털 전환 및 기술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극심한 인력난으로 인해 기업 10곳 중 9곳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련 몸값이 월 최대 7천만 동(약 2천75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6일 베트남 IT 노동계 및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AI는 기술, 금융, 제조, 전자상거래, 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폭발하며 오는 2030년까지 최고 유망 직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시장 성장세와 비교해 고숙련 전문 인력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베트남은 매년 15만에서 20만 명에 달하는 고급 IT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태이며, 이 중 AI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약 2천 명에 불과해 주로 하노이, 호찌민시, 다낭 등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이 같은 인력 가뭄으로 인해 기업들의 유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PwC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발간한 ‘2025 직장 트렌드 지표(Work Trend Index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AI 인력 구인 수요가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했다. 베트남 기업 경영진의 무려 91퍼센트가 향후 AI 관련 직무를 신설하거나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 구인 직무는 AI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머신러닝 엔지니어, 자동화 기술자 등이다.
몸값 역시 파격적인 수준이다. 현지 구인·구직 플랫폼 비에남웍스(VietnamWorks)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43.7퍼센트가 AI 인력에게 타 직무 대비 10에서 20퍼센트 높은 임금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18.4퍼센트의 기업은 20에서 50퍼센트까지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현지 IT 전문 헤드헌팅 업체 ‘IT비에크(ITviec)’의 최신 급여 보고서에 따르면 AI 및 머신러닝 분야의 중간 관리자급 이상 월급은 경력에 따라 최소 4천만 동에서 최대 7천만 동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베트남 주요 대학들은 AI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과정을 전격 개편하고 나섰다. 과거 정보기술(IT) 학부 산하 전공 단과 수준에 머물던 AI 교육은 최근 3~5년 사이 독립된 학과나 단과대학 체제로 전환되는 추세다. 정보통신기술대학(PTIT)은 2024년 8월 AI 학과를 전격 신설하고 100퍼센트 디지털 교재 및 AI 조교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하노이 백과대학교(공대), 하노이 국립대 산하 공대, 호찌민 국립대 산하 정보기술대 및 자연과학대 등도 전문 학위를 개설해 인재 배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FPT 그룹은 중부 꾸이뇬에 6천940억 동을 투입해 대규모 AI 캠퍼스를 조성한 데 이어,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2억 달러 규모의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국립대(NUS)와도 5년간 5천만 달러 규모의 연구 협력을 맺었다. 빈그룹(Vingroup) 역시 빈유니(VinUni) 대학교와 함께 2만 명의 실전형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전격 가동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관련 학과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12주간 전액 무료 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매월 800만 동의 훈련 수당까지 지급하며 현장 맞춤형 인력을 전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가에서는 조기 졸업과 동시에 유수의 글로벌 기업에 수석 채용되는 모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호찌민 국립 자연과학대 AI 학과를 평점 9.1(10점 만점)로 수석 졸업한 레 반 탄 씨는 학위 수여식도 전에 미국계 보안 기업 오프스왓(OPSWAT)의 AI 엔지니어로 합격했다. 또한 하노이 국립 공대 AI 학과생 19명이 교육 과정을 1년 조기 졸업하며 전원 우수 학위를 취득하는 등 조기 배출된 인재들이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AI 분야는 향후 베트남 청년 세대의 가장 유망한 커리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