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인 폭염 장기화로 에어컨이 단순한 가전제품을 넘어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가운데, 베트남의 에어컨 가정 보급률이 미국, 호주, 인도를 제치고 중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타티스타(Statista)와 현지 시장조사 기관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별 에어컨 보급률 조사에서 소득 수준과 기후 환경에 따라 국가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일본의 에어컨 보급률이 86%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이 77%, 미국이 60%를 각각 기록했다. 대표적인 열대 기후 국가인 인도는 57%에 그쳤고, 비교적 온화한 기후인 영국은 높은 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보급률이 20% 수준에 머물렀다.
베트남은 스타티스타의 글로벌 조사 대상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현지 시장조사 전문기관 큐앤미(Q&Me)가 실측한 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의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은 7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보급률이 가장 높은 수준인 중국과 동률이며 가전 선진국인 미국이나 기후가 무더운 인도를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이 같은 지표 뒤에는 도시와 농촌, 소득 계층 간의 구조적 불평등이 숨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트남의 경우 도시 지역의 에어컨 보급률은 92%에 육박하지만 외곽 및 농촌 지역은 74% 머물렀다. 소득별로 보면 고소득 가구의 보급률은 93%에 달한 반면, 저소득 가구는 50%에 그쳐 격차가 컸다. 미국 역시 재정적 한계로 인해 흑인 및 히스패닉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이 백인 가구보다 낮게 나타나는 등 냉방 복지 격차가 사회적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0년까지 무더운 기후 지역에 거주하는 전 세계 인구 중 약 24억 명이 적절한 냉방 시스템을 공급받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유럽환경보건망(CMCC)은 가구의 냉난방 비용이 총소득이나 지출의 10%를 초과할 경우 이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에어컨 사용량 증가가 새로운 에너지 빈곤을 야기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베트남의 에어컨 시장 파이프라인은 주로 외국계 가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중고가 허브 시장에서는 파나소닉, 다이킨, 미쓰비시, 도시바 등 일본계 브랜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보급형 시장에서는 캐스퍼, 아쿠아, 미디어, 그리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토종 브랜드로는 호아팟 그룹의 푸니키(Funiki)를 비롯해 나가카와, 선하우스 등이 내수 시장에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