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Vingroup)이 북미와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대륙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며 내수 중심 기업에서 다국적 기술 대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빈그룹이 공시한 해외 법인 실측 데이터에 따르면, 빈그룹은 현재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카자흐스탄, 필리핀, 라오스, 싱가포르 및 콩고민주공화국(DRC) 등 전 세계 각국에 약 30개의 현지 법인을 설립했거나 지분을 출자해 운영 중이다. 팜 녓 브엉(Phạm Nhật Vượng) 회장이 이끄는 빈그룹 글로벌 생태계의 두 축은 전기차 브랜드 ‘빈패스트(VinFast)’와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 ‘그린 SM(Green SM)’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장인 빈패스트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수방(Subang) 지역에 초기 투자금 3억 달러를 투입해 연간 5만 대 설계 용량의 전기차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 가이드라인을 가동했다. 해당 공장은 향후 단계별 정비를 통해 연간 35만 대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다. 빈패스트는 지난해 약 19만7천 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인도 실적을 올해 3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지침을 세우고, 인도네시아·인도·필리핀 등 신흥 허브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베트남 내 제조 자산 일부를 분할하고 ‘자산 경량화(Asset-light)’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구조조정 전략을 공표했다. 불필요한 미래 자본지출(CAPEX)을 줄여 오는 2027년까지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싱가포르, 미국, 독일 법인 외에도 글로벌 서비스 파트너들과 협력해 전 세계 충전 인프라를 150만 개로 늘리고 사후관리(AS) 서비스 센터를 1천100개 이상으로 확충하는 파이프라인을 다졌다. 동남아 5개 핵심국에는 순수 전기 이륜차 수출도 본격화했다.
친환경 교통수단 부문을 담당하는 ‘그린 SM(과거 싼 SM)’의 동남아 시장 확장세도 거섭다. 현재 라오스,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운송 법인을 배치한 그린 SM은 글로벌 정체성 통일을 위해 올해 4월 브랜드명을 변경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그린 SM 플랫폼’을 전격 발효했다. 현지 빈패스트 전기차 소유주들이 이 디지털 플랫폼에 드라이버 파트너로 등록해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공유 경제 매커니즘이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현지 75개 운송 기업과 손잡고 빈패스트 전기차 1만8천497대를 단계적으로 인도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린 SM은 올해 초 세 차례의 연속 증자와 합병을 거쳐 자본금을 43조4천억 동으로 증액했으며, 오는 2027년 주식시장 기업공개(IPO)를 위한 가이드라인 정비에 돌입했다.
빈그룹의 야망은 전기차와 모빌리티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술 무대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에 산업용 및 지능형 로봇 연구·제조 법인인 ‘빈모션 USA(VinMotion USA)’와 ‘빈다이내믹스 USA(VinDymics USA)’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레저·관광 부문에서는 호주에 ‘빈펄 호주’ 법인을 두고 케이프 위컴 골프 링크스를 운영 중이며, 싱가포르의 ‘빈그룹 글로벌’ 법인들은 글로벌 시장 조사와 자본 파이프라인 연결 허브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지명과 수치 등 글로벌 데이터 검증을 마친 빈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베트남 토종 자본이 전 세계 고첨단 산업 지형에서 독자적인 영토를 개척해 나가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