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과거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발리의 그늘에 가려진 ‘저가 배낭여행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인프라와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역동적인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호주 관광객들의 새로운 최애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26일 베트남 관광 업계와 호주 통계청(ABS)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호주인들에게 동남아시아에서 5번째로 인기 있는 목적지였던 베트남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차례로 제치고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남아 인기 관광지 3위 자리를 굳건히 다졌다. 베트남을 방문한 뒤 귀국한 호주인 단기 여행객 수는 2016년 24만 6천 명에서 2026년 현재 52만 8천 명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열기는 항공 및 숙박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호주계 저비용항공사(LCC) 젯스타의 베트남 노선 여객 수송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폭증했으며, 운항 편수도 15% 늘어났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 역시 하노이, 호찌민, 푸꾸옥 지역의 숙박 검색량이 지속적으로 우상향 플로우를 그리고 있다고 공시했다.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에서 마케팅 및 관광학을 가르치는 트룩 레(Truc Le) 박사는 “최근 전 세계적인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생활비 압박이 커지면서 호주인들이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장거리 유럽 노선 대신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며 “특히 베트남은 호주 중산층이 원하는 ‘지출 비용 대비 서비스 품질(가성비)’의 최적 조합을 제공하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호주인 이벤트 코디네이터 맨디 랜(25) 씨는 최근 2주간 베트남을 여행하며 항공료를 제외하고 1천500달러를 지출했는데, 이 비용으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고 호이안에서 250달러짜리 맞춤 정장을 제작하는 등 최고급 럭셔리 서비스를 중저가 비용으로 경험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15년 만에 다낭을 다시 찾은 호주인 조지아 퀸 씨는 현대적인 해안 도시로 탈바꿈한 다낭의 풍경을 호주 퀸즐랜드주의 세계적인 휴양지 ‘골드코스트’에 비유하며, 여행 기간 내내 수많은 호주 동향인들을 마주쳐 인기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호주인들을 사로잡은 또 다른 핵심 핵심 요인은 평균 연령 33세의 젊은 국가 베트남이 뿜어내는 역동적인 문화적 전환이다. 현지 여행사 올 컴퍼스 트래블(Old Compass Travel)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 전역을 휩쓸고 있는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감성) 패션과 로컬 디자이너 브랜드의 부흥이 젊은 인구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반니스트 트래블(Urbanist Travel)의 창업자들은 최근 밀레니얼(1981~1996년생) 세대와 젠지(1997~2012년생) 세대의 해외 유학파 청년들이 고국으로 대거 귀환해 관광·서비스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들은 가업으로 내려오던 전통 식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해외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카페, 패션 브랜드, 인디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로컬 투어 전문 기업 히든 사이공(Hidden Saigon)의 린 판 대표는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의 찾지 않던 골목길 로컬 카페나 숨은 미식 명소들이 이제는 유학파 청년들의 감각적인 터치를 거치며 글로벌 여행객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관광 학계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극심한 오버투어리즘(관광 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며 휴양지로서의 매력이 반감된 반면, 베트남은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과 현대적 세련미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어 호주인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지 업계는 급증하는 외국인 인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린 판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은 시즌에 따라 왔다가 떠나지만, 우리 가게를 지켜주는 진짜 롱런 고객은 로컬 주민들”이라며 “전통과 젊은 감성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것이 베트남 관광의 진짜 장기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