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온 하노이 기반의 대형 민간 디벨로퍼들이 호찌민시와 남부권 위성 도시를 겨냥해 수십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하노이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남부 경제권으로 대거 유입되는 가운데, 대형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영토 확장으로 남부 부동산 시장의 주도권 지형이 완전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24일 베트남 부동산 업계와 대형 중개 플랫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남부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북부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초대형 개발 사업들로 전례 없는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남부 시장이 노바랜드(Novaland), 대광민(Dai Quang Minh), 팟닷(Phat Dat) 등 호찌민 현지 토착 기업들의 독무대였다면, 현재는 빈그룹(Vingroup), 선그룹(Sun Group), 마스터라이즈(Masterise), 빔랜드(BIM Land), T&T 그룹, 선샤인 그룹(Sunshine Group) 등 북부계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팜 녓 부엉(Pham Nhat Vuong) 회장이 이끄는 빈그룹이다. 빈그룹의 부동산 자회사 빈홈즈는 호찌민시 남부 껀저(Can Gio) 해양 신도시 구역에 총면적 2,870헥타르(ha), 총사업비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메가톤급 프로젝트인 ‘빈홈즈 그린 파라다이스’를 신화적인 속도로 건설 중이다. 이와 함께 880ha 규모의 국제대학도시(총투자비 59조 동)도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빈그룹은 행정 구역 개편으로 호찌민시에 통합된 옛 롱안성 서부 타이닌(Tay Ninh) 구역에도 1,090ha 규모의 프억빈테이 신도시(91조 동)와 200ha 규모의 득호아-하우응히아 신도시(28조 동) 등 매머드급 단지 개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거물인 선그룹의 남진 전략도 매섭다. 선그룹은 호찌민의 대표적 금짜기 땅인 탄다 반도 일대에 550ha 규모의 ‘빈꾸이-탄다 신도시’ 개발안을 확정하고 무려 99조 동(약 39억 달러)에 달하는 실탄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호찌민 내 서안테이(268ha) 및 동안테이(288ha) 신도시의 독점 시행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인접한 동나이(Dong Nai)성 히엡호아(Hiep Hoa) 섬 일대 291ha 규모의 신도시 입찰까지 컨소시엄 형태로 따내며 남부 핵심 거점을 장악했다.
선샤인 그룹은 동나이성 대프억(Dai Phuoc) 지역 일대에 총사업비 800조 동(약 315억 달러)에 육박하는 초고가 친수형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을 발표해 업계를 경악하게 했다. 대프억 북부 구역(945ha)에 463조 동, 남부 구역(936ha)에 355조 동을 각각 투입해 남부권 최고의 첨단 디지털 강변 도시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 빔그룹의 부동산 부문인 빔랜드는 벤륵 지역에 200ha 규모의 ‘타인푸 센터포인트’를 착공했고, T&T 그룹은 타이닌 구역에 270ha 규모의 ‘T&T 밀레니아’ 신도시를 전격 가동했다. 하이엔드 주거 명가인 마스터라이즈는 탄다 반도에 2.9ha 부지, 7개 동, 6,000가구 규모의 대형 주상복합 단지인 ‘마스터리 탄다 페닌슐라’를 선보이며 강남권 타운 형성에 나섰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이동은 하노이 등 북부 자산가들의 거대한 머니 무브와 맞물려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데이터넥스트 서비스(DatXanh Services)의 정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남부 지역에서 체결된 전체 부동산 거래 대금의 무려 30~35%가 북부발 투자 자금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하노이의 젊은 자산가들은 호찌민 도심의 고가 상품뿐만 아니라, 호찌민시로 통합 합병된 옛 빈즈엉(Binh Duong)동과 바리아-붕따우(Ba Ria – Vung Tau)동의 중저가 가성비 아파트 물량까지 대거 쓸어 담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 플랫폼 밧동산닷컴(Batdongsan.com.vn)의 통계를 보면, 현재 하노이 거주자 중 부동산 검색 이용자 10명 중 2명이 남부 지역 매물을 집중 탐색하고 있으며, 이는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옛 빈즈엉 성 지역이 호찌민시로 공식 편입된 직후, 수도권 투자자들의 해당 지역 매물 검색량은 기존 대비 무려 3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북부 기업들이 남부로 전선을 넓히는 이유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과 ‘남부권 역대급 교통 호재’를 꼽는다. 현재 남부권은 오는 2026년 중반 공식 개항 및 가동을 앞둔 롱탄 국제공항 대공사를 필두로, 호찌민 제3외곽순환도로, 벤룩-롱탄 고속도로, 비엔화-붕따우 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 인프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완공되는 ‘메가 인프라 장터’다. 국책 교통망 개통으로 호찌민 도심과 주변 위성 도시 간의 물리적 거리 장벽이 무너지면서 공간 확장성이 극대화되자, 자금력을 갖춘 북부 대기업들이 남부의 미래 가치를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