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의 주인공들이 이번에는 베트남으로 단체 배낭여행을 떠나 현지 길거리 음식인 반미와 껌떵을 폭풍 흡입하는 모습이 방영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노이의 복잡한 오토바이 물결부터 호찌민의 역사적 건축물, 호이안의 환상적인 등불 축제까지 베트남의 매력을 정교한 작화로 담아내 현지 팬들의 문화적 자부심을 자극했다.
24일 베트남 문화 콘텐츠 업계 và 현지 애니메이션 팬덤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일본 지상파 방송 TV 아사히를 통해 도라에몽 특별 에피소드인 ‘생일 선물은 베트남 여행(Món quà sinh nhật là chuyến du lịch đến Việt Nam)’ 편이 전격 송출됐다. 약 11분 분량으로 제작된 이번 에피소드는 방영 직후 베트남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화면 캡처본과 하이라이트 영상이 급속도로 확산하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이번 특별편의 스토리는 주인공 이슬이(시즈카)가 평소 동경하던 베트남 호이안의 환상적인 등불 축제에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면서 시작된다. 이를 들은 진구(노비타)가 이슬이의 생일 선물로 베트남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도라에몽에게 ‘어디로든 문’을 빌리려 하지만, 해당 비밀도구는 마침 고장으로 수리 센터에 맡겨진 상태였다. 결국 진구 và 도라에몽은 도라에몽의 여동생인 도라미에게 긴급 SOS를 요청했고, 도라미가 꺼내 든 대체 비밀도구 덕분에 이슬이까지 포함된 4인방의 베트남 행 비행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애니메이션 속 도라에몽 일행이 가장 먼저 발을 디딘 곳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였다. 이들은 하노이 중심가인 호안끼엠(Hồ Gươm) 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빽빽하게 뒤엉켜 굴러가는 활기찬 거리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현지 전통 의상 대여점을 방문해 이슬이와 도라미는 화사한 파스텔톤의 아오자이(Áo dài)를 차려입고 미모를 뽐냈고, 도라에몽과 진구는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라(Nón lá)를 머리에 쓰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본격적인 대륙 탐방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이들의 여정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북부 하롱베이(Vịnh Hạ Long)의 경이로운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어졌으며, 남부로 날아가 프랑스 식민 시절의 고풍스러운 건축 양식이 보존된 ‘호찌민 시중앙우체국(Bưu điện TP.HCM)’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또한 다낭의 명물인 ‘용다리(Cầu Rồng)’를 직관한 뒤, 마침내 이번 여행의 종착지이자 이슬이의 꿈의 무대인 중부 광남(Quang Nam)성의 호이안(Hội An) 고도(옛 시가지)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린 투본강(Song Hoai) 가에 서서 오색빛 과일 등불이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환상적인 풍경을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시각적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여행에서 도라미는 똑똑한 가이드 역할을 맡아 각 명소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는 도슨트 활약을 펼쳤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베트남 전통 음식 ‘먹방’이었다. 도라에몽과 친구들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길거리 샌드위치인 ‘반미(Bánh mì)’를 비롯해 호찌민식 깨진 쌀 비빔밥인 ‘껌떵(Cơm tấm)’, 그리고 호이안 지역의 쫄깃한 전통 국수 요리인 ‘카오라우(Cao lầu)’ 등을 차례로 맛보았다. 주인공들은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감탄사를 연발했고, 베트남어로 “응온 꾸아(Ngon quá, 정말 맛있어)!”라고 직접 외쳐 현지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방송 직후 베트남 네티즌들은 도라에몽 세계관 속에 투영된 베트남의 현실적인 고증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길거리에 빽빽한 오토바이 행렬은 물론, 목욕탕 의자로 불리는 간이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노점상(vỉa hè) 문화, 길거리 음식 가판대의 디테일 등이 현지 실풍경과 똑같이 묘사되어 제작진의 철저한 사전 답사와 스케치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다만 도라에몽의 오랜 단골 멤버인 퉁퉁이(자이언)와 비실이(스네오)가 이번 특별한 베트남 여행 명단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소소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일본 외무성에 의해 사상 최초의 ‘애니메이션 문화 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던 도라에몽은 이번 특별편을 통해 다시 한번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일본 현지 방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번 특별 에피소드는 어린이날 직전인 오는 6월 1일, 베트남의 대형 키즈 콘텐츠 플랫폼인 ‘팝스 키즈(POPS Kids)’를 통해 베트남어 더빙판으로 현지 안방극장에 정식 상륙할 예정이다.
한편 현재 베트남 극장가에서는 도라에몽의 45번째 극장판 영화인 ‘도라에몽: 노비타와 하저성(Doraemon Movie 45)’이 개봉되어 박스오피스를 맹렬히 강타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정식 개봉 전부터 유료 시사회(제한 상영) 단계에서만 매진 행렬을 기록한 이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 격인 박스오피스 베트남 집계 기준 현재까지 누적 매출 880억 동(약 346만 달러)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어, 이번 특별판 방영과 함께 베트남 내 도라에몽 신드롬은 당분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