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음악 팬들의 자국 아티스트 선호도가 미국, 일본, 한국 등 문화 강국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견고한 콘텐트 내수 소비 성향에 힘입어 베트남 미디어·엔터테인먼트(M&E) 시장이 약 6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16일 글로벌 통계 플랫폼 스타티스타(Statista)와 현지 미디어 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유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자국 예술가의 음원을 가장 먼저 찾아 듣는 국가 ‘톱 3’에 올랐다. 조사 기간인 지난 2024년 5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스포티파이 베트남 상위 200개 곡의 스트리밍 이용자 중 무려 83.1%가 베트남 현지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택했다.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을 이끄는 종주국인 한국(77.4%)마저 제치고 7위에 올려놓은 지표다.
이 같은 현지 관객들의 짙은 본토 취향은 광고, 저작권, 콘서트, 라이브 스트리밍, 브랜드 스폰서십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대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국내 기업 생태계에 고스란히 잔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현지 투자업계(비엣캡)는 국내 기업들이 직접 채굴할 수 있는 베트남 M&E 시장의 총규모가 약 24억 달러(약 60조 동)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의 주 소비층이자 유료 결제에 거부감이 없는 Gen Y(밀레니얼)와 Gen Z(Z세대) 중심의 15~50세 인구가 오는 2030년까지 베트남 전체 인구의 71%를 유지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한국이 걸어간 ‘팬덤 경제(Fandom Economy)’가 베트남에서도 본격적으로 성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유행 속에서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양대 산맥인 ‘예하원(Yeah1)’과 ‘댓비엣VAC(DatVietVAC)’의 정면 대결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돼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에 상장된 예하원(YEG)은 올 1분기 기준 20개의 자회사와 4개의 관계회사를 거느린 대형 미디어 그룹이다. 예하원의 핵심 매출원은 대형 예능 쇼(Mega Show)와 광고다. 지난해 거둔 1조 6,000억 동의 매출 중 약 86%가 대형 음악 예능 ‘형제들의 가시밭길 투쟁(Anh trai vuot ngan chong gai)’ 등 메가 쇼와 연계된 광고·미디어에서 발생했다. 예하원은 올해 매출 목표를 1조 6,500억 동, 당기순이익 1,050억 동으로 책정했다. 레 프엉 타오 예하원 이사회 의장은 “올해 콘서트 횟수가 작년 8회에서 4~5회로 줄어 매출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부족한 부분은 전용 인플루언서 플랫폼인 ‘1크리에이터스’ 기반의 인재 매니지먼트 및 커머스, 망고플러스 플랫폼 고도화, 그리고 신규 진입한 게임 커뮤니티 사업을 통해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는 전통의 강자 댓비엣VAC는 1994년 광고대행사로 출발해 현재 ‘비 채널(Vie Channel)’, OTT 플랫폼 ‘비온(VieON)’ 등을 보유한 베트남 최대의 독점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다. 과거 해외 유명 포맷을 수입해 오던 전략에서 탈피해 최근 ‘100% 오리지널 베트남’을 선언하며 자국 IP(지식재산권) 확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대히트를 친 예능 ‘세이하이 우주’ 등으로만 1조 동 이상의 매출을 올린 댓비엣VAC는 지난해 연결 기준 총매출 3조 1,960억 동, 순이익 3,660억 동을 기록했다.
특히 댓비엣VAC의 핵심은 자체 포맷 생산부터 유통까지 총괄하는 ‘콘텐트 허브(Content Hub)’다. 이 부문은 전체 매출의 47%를 차지하지만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책임지며 40%에 달하는 높은 총이익률을 기록했다. 산하의 ‘타이틀 허브’에서는 하이우투하이(HIEUTHUHAI), 꽝훙 마스터D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몸값이 뛰며 매출의 29.6%를 견인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포맷 수출(1만 3,000석 매진)을 포함한 대형 오프라인 콘서트 매출이 22.8%를 받쳤다. 덕분에 지난해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무려 40.8%를 기록했다.
댓비엣VAC는 올해 매출 3조 4,000억 동, 당기순이익 4,200억 동을 목표로 설정하고, 오는 2030년까지 매출 5조 동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울러 북미, 유럽, 호주 등 글로벌 시장 진출과 팬덤 기반의 수익 다각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자산 구조가 무형의 IP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업 특성상,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대신 장기 자금 조달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국가증권위원회와 거래소에 상장(IPO) 신청서를 제출하고 연내 증시 상장을 공식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