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장기화하는 중동 분쟁발 고유가 충격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발 경고등이 켜지자,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30년 만기 국채를 연 5%가 넘는 고금리에 발행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확률을 80%까지 끌어올리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
16일 미국 재무부와 국제 금융시장,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 13일 250억 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를 연 5.046%의 낙찰 금리로 발행했다.
이번 고금리 국채 발행은 미국의 도매 물가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방위적으로 폭등한 직후 단행됐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4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급등하며 지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4.3%)과 중동 분쟁 발발 전인 2월(3.4%)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미국의 거대한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부담이 미 정부의 재정을 가로막는 심각한 압박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재점화의 전개 배경에는 중동 분쟁 확전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차단됐고, 이로 인해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51달러, 디젤유 가격은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5.66달러까지 치솟았다.
도이치방크 경제 분석팀은 “미국 내 모든 소비재는 디젤 유로 움직이는 트럭을 통해 운송된다”라며 “에너지 비용 상승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전가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여름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도매 물가가 이처럼 요동치면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3년 만에 최고치인 3.8%까지 밀려 올라간 상태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쇼크로 미국 경제가 흔들렸던 2022년 12월과 유사한 국면이다.
이처럼 가파른 물가 상승세는 제롬 파월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연준 지휘봉을 잡게 된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준 의장 체제에 거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에너지 쇼크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우려하며, 새로운 물가 상승 파도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는 시나리오를 가시화했다.
이에 따라 채권 및 선물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2027년 4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연초 대비 급등한 80%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불과 일주일 전의 56%에서 전격 폭등한 수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는 한 식료품에서부터 항공권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의 삶 전반에 걸쳐 전방위적인 가격 상승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노동통계국 조사 결과 4월 화물 운송 비용은 무려 8.1% 급증했으며,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Core PPI)마저 4.4%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유가 충격이 일시적 비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가공업과 서비스업 등 미국 경제 구조 깊숙이 이미 스며들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