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이 간에 해롭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필터’인 신장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음주는 고혈압과 탈수, 염증을 유발해 신장 기능을 소리 없이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12일 의료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알코올이 신장에 주는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탈수’다.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소변량이 늘어나는데, 이때 적절한 수분이 보충되지 않으면 신장은 체액과 전해질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 만성적인 탈수는 신장 혈류량을 줄여 폐기물 여과 기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신장 결석의 형성 가능성을 높인다.
단기간의 폭음 역시 위험하다. 갑작스러운 전해질 불균형과 알코올 대사산물의 축적은 신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제때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충격이 반복되면 결국 만성 신장 질환(CKD)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특히 음주는 신장 건강의 최대 적인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두 질환은 신장 내 미세혈관을 손상해 여과 능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여기에 알코올 섭취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더해지면 신장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신장 섬유화’ 현상이 나타나며 기능이 영구적으로 감퇴한다.
간 기능 저하도 신장에 2차 피해를 준다. 술로 인해 간이 손상되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에 변화가 생겨 신부전 위험이 커진다. 피로감, 식욕 부진, 황달, 복수, 소변량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간과 신장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장 보호를 위해 음주량을 엄격히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표준 알코올 1단위(맥주 330ml, 와인 150ml, 위스키 45ml 기준)를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2단위, 여성은 1단위 이하로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일주일 중 반드시 술을 마시지 않는 ‘휴간(休肝) 및 휴신(休腎)일’을 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