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경제 유지와 군비 확충을 위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해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발효된 수입 제한 조치를 피하기 위해 ‘단기’ 계약 물량을 ‘장기’ 계약으로 둔갑시키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로이터 통신과 해상 데이터 시스템(AIS)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러시아산 에너지 제품에 대한 단기 구매 금지 조치가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야말(Yamal) 프로젝트 등에서 생산된 러시아산 LNG는 여전히 유럽 항구로 쉼 없이 들어오고 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5일 저녁 벨기에 제브뤼헤 항구에서는 러시아 선적의 보리스 빌키츠키(Boris Vilkitsky)호가 LNG 하역을 마쳤으며, 또 다른 북극 프로젝트 선박인 니콜라이 주보프(Nikolay Zubov)호는 스페인 빌바오 항구 인근에서 입항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초에만 이미 9항차 분량의 러시아산 LNG가 유럽에 도착했거나 이동 중이다.
전문가들은 EU가 스스로 내건 규제 규칙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수조치 발효 이후에도 수입 물량에 변동이 없는 이유는, 기존 단기 스폿(Spot) 계약 물량들이 서류상 ‘장기 계약’이나 ‘선물 계약’으로 재분류되는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유럽의 절박한 경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방위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유럽으로서는 저렴한 러시아산 연료가 경제를 지탱하는 필수 요소다. 에너지 가격 안정 없이는 방위 산업 자금 조달은 물론 경기 침체 방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 역시 유럽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생산자들은 항구뿐만 아니라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STS) 방식을 동원해 하역 속도를 높이는 등 유럽 바이어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경기 침체와 에너지 위기라는 폭풍우를 견뎌내고 겨울을 날 수 있는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가 있다”며 “대러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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