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2월 개통을 앞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간 고속철(RTS 링크)의 안전 및 사고 관리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철도 특성을 고려해 사고 발생 시 ‘열차 앞부분(nose)’을 기준으로 관할권을 나누는 등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됐다.
7일 싱가포르 내무부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회는 지난 5일 ‘국경 철도 법안(Cross-Border Railways Bill)’을 최종 통과시켰다. 에드윈 통 내무부 제2장관은 이번 입법이 약 4km 구간의 RTS 링크 운영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의 핵심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양국 세관·출입국·검역(CIQ) 시설의 통합 운영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우들랜즈 노스역에서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검역을 실시하고, 말레이시아 부킷 차가르역에서는 싱가포르 당국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승객들은 출발지에서 한 번만 검사를 받으면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되어 편의성이 대폭 향상될 전망이다.
특히 기내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열차 앞부분’ 원칙을 도입했다. 열차가 자력으로 이동 가능한 경우 도착지 국가가 사고 처리를 주도한다. 하지만 열차가 멈춰 서서 이동이 불가능할 경우, 국경 경계 지점에서 열차의 맨 앞부분이 위치한 국가의 법 집행 기관이 관리 책임을 진다.
긴급 상황에 대비한 상호 원조 규정도 마련됐다. 인명 구조나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경찰과 민방위 대원이 국경을 넘는 것이 허용되지만, 자신의 관할권 밖에서 체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열차 안에서 발생하는 절도나 성추행 등 일반 범죄에 대해서는 국제 항공 규정과 유사하게 열차가 도착하는 국가가 우선적인 사법권을 갖기로 했다.
올해 초 말레이시아 의회 역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양국의 법적 정비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호르 해협을 가로지르는 25m 높이의 교량을 지나는 RTS 링크는 시간당 편도 1만 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으며, 국경 이동 시간을 5분으로 단축해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구간 중 하나인 조호르-싱가포르 코즈웨이의 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