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무역수지가 지난 4월 32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적자 폭을 줄여오던 흐름이 반전된 것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수출 경쟁력 약화가 아닌 생산 설비 확대를 위한 투자 주기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7일 베트남 통계청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베트남의 수출액은 455억 2천만 달러, 수입액은 488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으나, 수입이 수출을 앞지르면서 32억 8천만 달러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억 3천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1월 17억 8천만 달러였던 무역 적자는 3월 6억 7천만 달러까지 축소됐으나, 지난달 다시 급증하면서 1~4월 누적 무역 적자는 71억 1천만 달러에 달하게 됐다.
하지만 SSI리서치 등 시장 분석 기관들은 이번 무역 적자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근 4개월간 전체 수입액의 94% 이상인 1천653억 7천만 달러가 기계, 장비, 원자재 등 ‘생산 수단’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베트남 내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19.7%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도 수입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동 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물류 대란 위험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원자재 재고를 미리 확보하면서 수입액이 일시적으로 부풀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를 기록하며 10개월 연속 제조업 경기 확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비용 상승 압박은 여전히 숙제다. S&P 글로벌은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4월 투입 비용이 지난 15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면서 신규 주문이 다소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앤드루 하커 S&P 글로벌 경제이사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연료비 상승이 베트남 제조업의 성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루노 자스파트 주베트남 유럽상공회의소(EuroCham) 회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파도가 높지만, 베트남 경제의 기초 체력은 놀라울 정도로 탄력적”이라며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