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이 걸리자 베트남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유와 제품 재고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유가 고점에도 불구하고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기업들의 재고 자산 가치가 수조 원대 불어났다.
6일 베트남 석유 업계와 각 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응이선 정유소와 함께 베트남 양대 정유 시설인 중quat 정유소를 운영하는 빈선정유화학(BSR)의 1분기 말 재고 자산은 21조 5천억 동(한화 약 1조 1천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대비 9조 동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유통 단계인 하류(Downstream) 부문의 상황도 비슷하다. 베트남 최대 석유 유통사인 페트로리멕스(PLX)의 재고 자산은 30조 동에 육박하며 연초보다 16조 동가량 폭증했다. 제2의 유통사인 PV오일(OIL) 역시 재고량이 연초 대비 4배 늘어난 11조 동을 기록하며 전례 없는 비축량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재고 급증은 국제 유가 상승과 수입 비용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루 반 뚜옌 페트로리멕스 총감독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유가가 정점인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물량을 수입해 높은 재고 수준을 유지해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가 상승으로 인해 4만 톤급 유조선 한 척의 수입 비용은 기존 2천500만 달러에서 최근 8천700만 달러까지 세 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운송 중인 상품(미착품)’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BSR의 경우 전체 재고의 40%인 9조 1천억 동이 바다 위 배 안에 있으며, 페트로리멕스와 PV오일도 미착품 비중이 각각 28%, 37%에 달한다. 이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차질로 원유 공급망이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은 유가 변동에 대비해 수조 원대의 재고 평가 충당금을 설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페트로리멕스는 이미 6조 5천억 동 규모의 준비금을 적립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 차원의 비축은 한계가 있다”며 “불확실한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 비축 기지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