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최대 철강 기업 호아팟(Hoa Phat, HPG)의 쩐딘롱(Trần Đình Long) 회장이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그룹의 압도적인 위상과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호아팟은 올해 1분기에만 매출 53조 3,000억 동, 순이익 9조 56억 동(약 4,800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인 22조 동을 향해 순항 중이다.
24일 호아팟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쩐딘롱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주총 현장에서 “호아팟이 언제쯤 부채를 모두 청산하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호아팟은 빚이 없으면 안 된다. 호아팟이 빚을 다 갚아버리면 은행들은 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은행들이 오히려 호아팟에 대출을 더 써달라고 요청할 만큼 그룹의 재무 건전성이 탄탄하며, ‘둥깟 2’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사업을 위해 적절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쩐딘롱 회장은 특히 ‘국가적 대업’인 남북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 유럽의 2~3개 업체만이 보유한 초고난도 기술인 고속철도용 레일 생산을 위해 기술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27년 2분기 첫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입에 의존하던 고속철도 레일을 100% 국산화해 베트남의 고속철도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대해서도 “2007년부터 들어온 질문이지만 우리는 매년 성장해왔다. 이제 중국 철강에 대해 두려워하는 ‘공포 신경’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주가 변동과 관련해 쩐딘롱 회장은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한, 주주들에게 호아팟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주가 부양을 위한 인위적인 발언보다는 경영 실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주주 환원 정책도 잊지 않았다. 호아팟은 2025년 회계연도에 대해 현금 5%, 주식 10% 등 총 15%의 배당을 결정했으며, 쩐딘롱 회장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없다면 매년 꾸준한 현금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시가총액 200조 동(약 80억 달러)을 돌파하고 주주 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선 호아팟은 베트남 전체 GDP 대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지역 대표 중공업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