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과 하노이의 마천루 속에서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무료로 사용하는 실험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 자산(Capability Asset)’으로 자리 잡으면서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21일 베트남 현지 비즈니스 및 기술 업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베트남(AstraZeneca Vietnam)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부터 현지 강소기업까지 AI 비서 구축과 내부 교육에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 ‘내부 데이터’ 학습한 AI 비서, 업무 효율 극대화
호찌민시 아스트라제네카 베트남 직원들은 자신이 직접 구축한 AI 비서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심혈관·신장·대사 질환 부문의 응우옌 훙 꾸엉(Nguyen Hung Cuong) 카테고리 매니저는 전문적인 기술 지식이 없었음에도 사내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AI 비서를 만들었다. 그는 회사 내부의 표준 운영 절차(SOP)와 승인된 문서, 전문 지식을 AI에 학습시켜 콤팩트한 ‘지식 허브’를 구축했다.
과거 서류를 찾고 정보를 확인하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면 이제는 단 몇 초 만에 정확하고 일관된 답변을 얻는다. 아툴 탄돈(Atul Tandon) 아스트라제네카 베트남 CEO는 “글로벌 규모의 AI 플랫폼과 체계적인 내부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러한 접근은 연구 개발 가속화는 물론 더 빠르고 스마트한 디지털 전환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 현지 기업들도 가세… “CMO의 역할까지 재정의”
현지 마케팅 회사인 닥터 미디어(Dr Media)는 2026년 초부터 직원들을 해외 전문가 주도의 AI 교육 프로그램에 대거 파견했다. 마이 득 호아(Mai Duc Hoa) 창립자는 “AI가 아이디어 구상부터 대본 작성, 영상 제작까지 전체 워크플로우를 실행할 수 있다”며 클링 AI(Kling AI), 베오(Veo), 헤이젠(HeyGen) 등 다양한 도구를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도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깊은 이해”라고 덧붙였다.
◇ 개인 근로자들의 투자… “실행자에서 설계자로”
개인 차원의 경쟁도 치열하다. 호찌민의 데이터 분석가 응옥 민(Ngoc Minh) 씨는 자신의 수입에 비해 큰 금액인 약 5,000만 동(약 1,900달러)을 들여 고급 AI 과정을 수강했다. 그는 챗GPT와 재피어(Zapier), 랭체인(LangChain) 등을 조합해 매일 아침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폐쇄형 시스템을 직접 설계했다. 민 씨는 “이제 나는 단순한 업무 실행자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자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 고가의 AI 교육 시장 ‘활황’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교육 시장도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AI 리더십’ 과정은 일주일 대면 교육에 약 11,000달러, MIT의 온라인 전략 과정은 12주에 약 7,750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페이스(PACE) 경영연구소 등이 주도하는 실무형 리더십 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호찌민시의 한 대기업 운영 매니저인 흐엉 란(Huong Lan) 씨는 약 5,000달러를 들여 AI 운영 아키텍처 설계 과정을 수강했다. 그녀는 “핵심은 개별 도구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과 내부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해 실시간 대시보드를 생성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기업들의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지식 공유 문화를 개인의 경험 의존에서 시스템 공유 방식으로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