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nfo – 전 세계 수백만 남성이 찾는 ‘남성호르몬 보충제’

과학이 경고하는 8가지 불편한 진실

오늘도 헬스장 탈의실 어딘가에서, 혹은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 안에서, 한 남성이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보충제를 손에 쥐고 있다. “기운이 없다”, “예전 같지 않다”, “성욕이 떨어졌다”—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결론은 하나다. ‘남성호르몬을 채우면 된다’는 믿음이다.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열면 수천 개의 영상이 남성들을 유혹한다.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유튜브(YouTube)에서 ‘피트니스 인플루언서(fitness influencer)’들이 특정 보충제를 손에 들고 “남성호르몬 폭발”, “젊음을 되찾아라”를 외친다. 테스토스테론 부스터(testosterone booster) 보충제 시장은 2022년 기준 전 세계 7,280만 달러 규모였으며 2033년에는 1억4,42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숫자로 증명되는 거대한 욕망의 시장이다.

그런데 과연 이 보충제들은 안전한가. 정말 효과가 있는가. 미국·유럽의 의학계와 국내 비뇨기과 전문의들이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놀랍도록 단호하다. “대다수 남성에게 필요 없으며, 잘못 사용하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제1장 – 테스토스테론이란 무엇인가

테스토스테론은 고환(睾丸)의 라이디히(Leydig) 세포에서 약 90~95%가 생성되는 스테로이드(steroid) 계열 남성 호르몬이다. 근육 형성, 골밀도 유지, 지방 분포, 적혈구 생성, 성욕과 발기 기능, 인지 능력과 기분 조절까지 관여하는 범위가 광범위하다. 여성에게도 소량 분비되어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테스토스테론은 20대 초반에 최고치에 달한 뒤 매년 약 1%씩 서서히 감소한다. 50~70대 남성은 젊을 때보다 30~50% 낮아진 경우도 많다. 의학적으로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ng/mL 미만이면서 관련 증상이 동반될 경우 ‘남성 갱년기(Andropause)’ 또는 ‘성선기능저하증(hypogonadism)’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이 ‘낮아진 수치’와 ‘느껴지는 피로감’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제2장 – ‘테토남·테토녀’ 열풍 – 호르몬이 유행어가 된 시대

최근 한국에서는 ‘테토녀(테스토스테론 女)’, ‘테토남(테스토스테론 男)’이라는 신조어가 일상 어휘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비뇨기과 진료실에서나 쓰이던 전문 용어가 밈(meme)이 되고, 유행어가 됐다. 자신감 있고 주도적이며 활력 넘치는 성격을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것’과 연결 짓는 문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퍼진 것이다.
이 흐름을 타고 온라인 쇼핑몰에는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각종 ‘테스토스테론 부스터’가 넘쳐난다. 아슈와간다(Ashwagandha), 페뉴그리크(Fenugreek), 통캇 알리(Tongkat Ali), 아연(Zinc), 마그네슘(Magnesium)… 성분명만 들어도 낯선 식물 추출물들이 “남성호르몬을 자연적으로 높인다”는 문구와 함께 판매된다.
핀란드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 HS)은 최근 이 현상을 집중 보도하며 경고했다.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을 일종의 ‘남성성의 연료’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실체는 조금 다르다.”

제3장 – ‘정상 범위’ 안에서는 더 넣어도 소용없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에 관해 의학계가 가장 먼저 지적하는 사실은 단순하다. 이미 정상 범위 안에 있는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더 주입해 봤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Baylor College of Medicine) 비뇨기과 래리 립슐츠(Larry Lipshultz)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테스토스테론을 어떤 형태로든 외부에서 보충하면 안 된다. 이는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차단할 수 있다.” 그는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한 남성은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TRT, Testosterone Replacement Therapy)의 적응증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으면서 성선기능저하증의 증상과 징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에 한한다. 단순히 피곤하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성욕이 다소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보충제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진짜 저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임상 증상을 동시에 가진 경우는 전체 남성 중 약 2%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나머지 98%의 남성이 느끼는 무기력감, 성욕 감퇴, 피로감은 사실 호르몬 결핍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 기사 후반부에서 자세히 다룬다.

제4장 – 불임 남성의 시한폭탄 정자를 죽이는 역설

테스토스테론 보충제가 일으키는 부작용 중 가장 역설적인 것은 바로 ‘불임(infertility)’이다.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호르몬이 오히려 남성의 생식 기능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기전(機轉)은 이렇다.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주입하면 시상하부(hypothalamus)가 몸 안에 호르몬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분비되는 황체형성호르몬(LH, Luteinizing Hormone)과 난포자극호르몬(FSH, Follicle-Stimulating Hormone)의 분비를 급격히 억제한다. 외인성 테스토스테론이 보충되면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고, FSH와 LH의 분비가 감소하면서 정자 생성(spermatogenesis)이 저하된다.
쉽게 말해, 밖에서 호르몬을 공급하는 순간 몸 안의 고환은 스스로 호르몬과 정자를 만들 이유를 잃고 서서히 기능을 멈춘다는 것이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University of Alabama) 의과대학 피터 콜레티스(Peter Kolettis) 박사의 연구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 1,500명(평균 연령 34세) 가운데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를 복용하던 34명이 복용을 중단하자, 평균 ㎖당 180만 마리였던 정자 수가 3,400만 마리로 급증했다. 무려 19배에 달하는 회복이었다.
그러나 이 중 6명은 복용을 중단해도 정자 수가 회복되지 않았다. 일부 남성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이 이미 발생한 것이다.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메디컬센터(Medical Center) 브래들리 애너월트(Bradley Anawalt) 박사는 “대부분의 의사는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를 처방하면서 이것이 정자 생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지 않는다”며 “특히 불임 치료를 받는 남성은 절대 복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원하는 ‘예비 아빠’에게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는 문자 그대로 독약이 될 수 있다.

제5장 – 심장을 노리는 조용한 위협

불임 못지않게 심각한 부작용은 심혈관계(cardiovascular system)에 미치는 영향이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는 혈액 내 적혈구 수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켜 혈액이 걸쭉해지는 다혈증(polycythemia)을 일으킬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을 받는 남성은 다혈증, 말초 부종, 심장 및 간 기능 이상 등의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혈액이 걸쭉해지면 혈전(blood clot)이 생기기 쉬워지고, 이는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이나 뇌졸중(stroke)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2025년 2월, 테스토스테론 제품 전체의 라벨(label) 표기를 변경하도록 공식 요구했다. FDA는 모든 테스토스테론 제품의 라벨에 혈압 상승 위험에 대한 새로운 경고 문구를 포함하도록 요구했다.
2024년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는 특히 젊은 남성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제 사용이 최근 몇 년간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젊은 성인의 뇌졸중 발생률도 함께 증가했다. 두 현상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젊은 층에서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스토스테론은 혈액을 걸쭉하게 만들어 심장의 펌프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특히 기존에 심장 질환이 있는 고령 남성에게 심장마비, 뇌졸중, 혈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제6장 –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생활 습관이 문제다

그렇다면 많은 남성이 느끼는 피로감, 무기력함, 성욕 저하는 정말 호르몬 결핍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호르몬제 주사 한 방이 해결책이 아니라, 수면·식단·운동·스트레스 관리라는 ‘정석 플레이’가 근본적인 답이라는 것이다.

제7장 – 자연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높이는 법

의학적으로 검증된 자연적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저항성 운동(resistance exercise): 근력 운동은 손상된 근육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동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일시적 분비를 촉진한다. 단,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높여 역효과를 낸다. 적절한 강도와 충분한 휴식이 전제돼야 한다.
비타민D(Vitamin D): 한 임상 연구에서 비타민D 보충제를 1년간 복용한 남성들에게서 총 테스토스테론, 유리 테스토스테론, 생체이용가능 테스토스테론 모두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햇빛을 충분히 쬐거나 연어·고등어·참치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아연(Zinc): 미국 웨인 주립대학교(Wayne State University) 연구팀이 아연이 부족한 남성 9명에게 6개월간 아연 보충제를 복용하게 한 결과,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8.3nmol/L에서 16nmol/L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굴, 게, 새우 등 해산물과 호박씨, 콩 등에 풍부하다.
마그네슘(Magnesium): 한 연구에서 마그네슘 보충이 운동 선수와 비운동 집단 모두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슈와간다(Ashwagandha): 아유르베다(Ayurveda) 전통 의학에서 사용돼 온 적응원성 약초로, 최근 임상 연구들에서 규칙적인 복용 시 테스토스테론 수치 상승 효과가 확인됐다. 스트레스 완화 및 운동 능력 향상 효과도 보고됐다.
통캇 알리(Tongkat Ali): 동남아시아 원산의 약용 식물로, 최근 메타 분석(meta-analysis) 연구에서 건강한 남성과 저테스토스테론 남성 모두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홍삼(Red Ginseng): 국내 건국대학교(Konkuk University) 의료생명대학 김시관 교수팀이 실험에서 홍삼을 복용한 집단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하고 정자 운동성과 정자 수도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홍삼의 유효 성분이 고환에 직접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셀레늄(Selenium)과 계란·견과류: 셀레늄은 마늘·양파·견과류에 풍부하며 테스토스테론과의 양적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콜레스테롤은 테스토스테론의 원료이므로, 하루 한 개의 계란 섭취와 땅콩·잣·호두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견과류 섭취가 도움이 된다.

제8장 – 인플루언서가 팔지 않는 진실

소셜미디어에서 수천 개의 인플루언서 영상이 제조사의 후원을 받아 테스토스테론 부스터를 광고하고 있으며, 규제받지 않은 건강 정보가 구매 링크와 함께 손쉽게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영상의 대부분이 의학적 근거보다 마케팅(marketing) 논리에 의해 제작된다는 점이다.
처방 없이 구입 가능한 ‘내추럴 테스토스테론 부스터(natural testosterone booster)’들은 식품 의약품 안전처(혹은 미국 FDA)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성분 함량이 표기와 다르거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원료가 섞이거나, 심지어 간독성(hepatotoxicity)을 유발하는 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부스터를 섭취한 운동선수에서 간 효소 수치가 현저하게 상승하는 등 간 기능 이상 사례가 보고됐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다. “보충제 광고가 약속하는 효과를 의학은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작용은 실제다.”

결론 – 호르몬보다 생활 습관이 먼저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영리하게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 테스토스테론은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남성의 삶 전체를 결정하는 절대적 지배자는 아니다.
전 세계 의학계의 결론은 명확하다. 대다수 남성에게 남성호르몬 보충제는 필요하지 않다.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호르몬 감소는 대부분 정상 범위 안에서 일어나며, 많은 남성이 느끼는 피로감과 무기력함의 진짜 원인은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비만, 스트레스, 음주다.
‘테스토스테론 부스터’ 광고 영상에 현혹되기 전에, 오늘 밤 7시간 숙면을 취하고, 내일 아침 30분 걷고, 굴 한 접시와 견과류 한 줌을 챙겨 먹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건강은 주사 한 방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습관에서 만들어진다.
만약 진지하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걱정된다면, 먼저 비뇨기과 또는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아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처방하는 것은 결코 용감한 일이 아니다.

* 이 기사는 국내외 의학 논문, 전문가 인터뷰, 공신력 있는 의료 기관의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관련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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