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Business – 돈이 안된다는 ‘파인다이닝’

미슐랭 스타을 따고도 폐업하는 역설, 그 구조적 비밀을 파헤치다

“20년 동안 미슐랭 스타 식당을 운영하면서 월 100만원으로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것 이상 돈을 더 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레코(Lecco)에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Al Porticciolo 84’를 20년간 운영한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이탈리아 출신의 셰프 파브리(Fabri)의 고백이 2024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우승자 권성준 셰프와의 대담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파인다이닝을 둘러싼 화려한 신화의 민낯을 단숨에 드러냈다. 파브리는 “부모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식당을 운영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세계 미식계의 최고 훈장으로 꼽히는 미슐랭 스타를 달고서도, 한 셰프는 20년을 부모 찬스에 기댄 채 버텨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파인다이닝은 정말 돈이 되는 사업인가. 그리고 미슐랭 스타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별’ 하나에 매출 30% 상승… ‘미슐랭 효과’의 실체

미슐랭 스타의 경제적 파급력은 수치로 먼저 드러난다. ‘세기의 셰프’로 불렸던 고(故) 조엘 로부숑(Joël Robuchon)은 생전에 “미슐랭 스타 1개를 받으면 매출이 20% 오르고, 2개면 40%, 3개면 100% 늘어난다”고 공언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총 32개의 별을 거머쥔 그의 발언인 만큼 업계는 지금도 이를 정설처럼 받아들인다.
실제 사례는 이 수치를 뒷받침한다. 미국 덴버의 1스타 레스토랑 ‘브루토(Bruto)’의 마이클 디아즈 데 리언 셰프는 “별을 받기 전 하루 예약이 20~30건이었는데, 별을 받은 당일에만 259건의 예약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서울 청담동의 한 1스타 레스토랑 오너 셰프 역시 “미슐랭 스타 획득 전후를 비교하면 매출이 평균 30% 상승했고, 점심·저녁 좌석이 거의 매일 매진됐다”고 증언했다. 이를 토대로 단순 추산하면, 별 하나가 이 식당에 안겨준 연간 추가 매출은 5억원이 넘는다.
외식·호텔업계에서는 미슐랭 스타의 가치를 단순 매출로만 따지는 것조차 과소평가라고 본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총주방장은 “호텔 입장에서 미슐랭 별 1개의 가치는 넉넉잡아 100억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레스토랑 하나의 수익이 아니라, 미슐랭 스타가 호텔 전체의 객실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마케팅 효과까지 포함한 수치다.
외국인 유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모던 한식당 ‘주옥’의 신창호 셰프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기 전 외국인 손님이 사실상 0%였는데, 소개된 후로는 30%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미슐랭은 단순한 맛집 안내서가 아니라, 전 세계 미식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집객(集客) 플랫폼인 셈이다.

2억 매출에 순익 2000만원… 파인다이닝의 불편한 원가 구조

그러나 이 화려한 수치들은 파인다이닝의 수익 구조가 갖는 본질적인 취약성을 가린다. 수익성 측면에서 파인다이닝은 외식업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업종에 속한다.
파인다이닝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가상의 사례를 보면 구조가 선명해진다. 1인당 식사비 20만원, 테이블 12개, 하루 최대 50명을 수용하는 중간 가격대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가정하자.
예약률 70%를 유지할 경우 월 매출은 약 2억 1000만원. 그러나 인건비(7000만원), 식재료비(9000만원 이상), 임대료(1000만원), 발렛 파킹·전기·가스 등 유지비(1000만원), 마케팅 비용(500만원), 세금(500만원)을 합산하면 지출이 1억 9000만원에 달한다. 결국 순이익은 2000만원 안팎, 매출 대비 약 9.5%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빠듯할까. 답은 세 가지 구조적 원인에 있다.

첫째는 인건비다. 파인다이닝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애피타이저, 수프, 메인 등 코스마다 담당 요리사가 배치되고, 테이블당 최소 1.5명의 요리사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여기에 소믈리에, 홀 매니저, 보조 직원까지 더하면 손님 대 종업원 비율이 1대3에 달하는 경우도 흔하다. 코넬대학이 발간하는 호텔외식산업 전문 계간지 ‘코넬 호스피털리티 쿼털리’의 연구에 따르면, 미슐랭 2·3스타를 획득한 유럽 레스토랑 26곳 중 절반 가까이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식재료비다. 캐비어, 트러플 등 고가 수입 재료는 원가를 끊임없이 압박한다. 셰프들이 특상품만 고집하는 특성상, 제철 특산물 가격이 오를 때마다 원가율은 덩달아 뛰어오른다. 식재료비가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파인다이닝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셋째는 마케팅비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예약 플랫폼에서 상위 노출을 유지하는 비용, 해외 셰프와의 협업, 명품 브랜드 VIP 초청 행사 등은 파인다이닝의 브랜드 가치를 지탱하는 필수 지출이지만 삭감하기가 쉽지 않다.

사진속 음식 하나가 돈이고 비싼 식자재다

별을 따고 망한 식당들… ‘미슐랭의 저주’

더 아이러니한 것은 미슐랭 스타를 받은 뒤 오히려 경영난에 빠지는 역설적 사례들이다.
한국 파인다이닝의 상징과도 같았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가온’은 영업 첫해부터 문을 닫을 때까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했고, 2017년부터 6년 연속 자본 잠식 상태가 이어지다 결국 지난해 영업을 종료했다. ‘모수’ 역시 수익성 부진을 이유로 CJ그룹이 운영에서 손을 떼면서 올해 초 문을 닫았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요리계의 피카소’라 불리는 프랑스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는 1986년 별 둘, 1993년 별 셋을 받고도 1996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부도를 냈다. 아일랜드 1스타 레스토랑 ‘소턴(Thorton)’은 별을 잃은 2015년 이후 매출이 76% 폭락했고 이듬해 폐업했다.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수차례 선정됐던 덴마크의 ‘노마(Noma)’조차 적자를 견디지 못해 2023년 12월 영구 폐업을 선언했다.
별의 중압감은 경영난보다 더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3년 프랑스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Bernard Loiseau)는 자신의 레스토랑이 3스타에서 2스타로 강등될 것이라는 루머 하나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당 확장을 위해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의 사망 나흘 후 공개된 미슐랭 가이드에서 레스토랑은 3스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슐랭 스타를 스스로 반납하는 셰프들도 등장했다. 영국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Marco Pierre White)는 1995년 5년간 유지하던 3스타를 자진 반납했고, 프랑스의 세바스티앙 브라(Sébastien Bras)도 2017년 아버지 때부터 18년간 지켜온 3스타를 내려놓으며 “평가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요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루카의 ‘질리오(Giglio)’는 지난해 미슐랭 측에 별점 삭제를 공식 요청했고, 런던의 한 셰프는 “미슐랭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고 직격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남나… 파인다이닝의 생존 방정식

그렇다면 파인다이닝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업계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첫 번째 수익원은 와인이다. 레스토랑의 음식 원가가 촘촘히 관리되더라도 음료 마진으로 전체 수익성을 보완하는 구조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다. 덴마크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 셰프가 “손님들이 와인을 주문하지 않으면 돈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털어놓을 정도다. 파인다이닝에서 와인 매출이 음식 매출의 20% 이상에 달할 때 비로소 수익 구조가 안정된다는 게 업계 통설이다.
두 번째는 셰프의 외부 활동이다. VIP 케이터링, 기업 메뉴 개발, 팝업 이벤트, 미디어 출연은 레스토랑 단독으로는 채울 수 없는 수익 공백을 메워준다. 셰프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그 인지도가 관련 상품이나 콘텐츠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세 번째는 ‘세컨드 레스토랑’ 전략이다. 미슐랭 스타 식당을 플래그십으로 내세우되, 보다 대중적인 가격대의 별도 매장을 운영해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글로벌 스타 셰프들 대부분이 이 방식을 활용한다.
네 번째는 사실상의 자선 지원이다. 미국 시카고의 3스타 레스토랑 ‘알리네아(Alinea)’는 부유한 헤지펀드 투자자의 사적 자본으로 유지된다고 오너 셰프 그랜트 아체츠(Grant Achatz)가 공개 석상에서 밝혔다. 파브리가 부모님의 지원으로 20년을 버텼다는 고백도 이 맥락에서 결코 낯설지 않다.

미슐랭 자체도 적자 사업… 그런데도 왜 계속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미슐랭 가이드 자체도 수익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슐랭은 레스토랑 평가 시스템 운영으로 매년 약 1500만달러(약 200억원)의 손실을 낸다. 2007년 기준으로 120만 권의 가이드북을 팔아 거둔 수익보다 전 세계 6만2000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평가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슐랭이 이 사업을 1900년부터 이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가이드북을 처음 만든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 여행을 독려해 타이어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오늘날에도 이 원리는 작동한다. FT의 내부 연구에 따르면, 특정 국가에서 미슐랭 가이드가 발간되면 해당 지역 소비자가 미슐랭 타이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타이어 매출의 3%는 가이드 운영 적자를 훨씬 상회한다. 미슐랭 가이드는 타이어 회사의 가장 정교하고 오래된 마케팅 도구인 셈이다.

“돈보다 만족감”… 그러나 냉정한 현실

파브리는 월 100만원 생활을 이야기하면서도 “만족감과 기쁨이 최고로 있었다. 그것도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흑백요리사 우승자 권성준 역시 “매출을 본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하고 손님을 만나는 게 행복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이 고백들은 진심이겠지만, 파인다이닝의 현실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 선택이 개인의 소명과 열정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유럽 고급 레스토랑 절반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도 적자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다.
미슐랭 스타는 요리사에게 영광이자 저주다. 별 하나가 가져다주는 매출 증가, 외국인 손님, 브랜드 가치는 분명 실재한다. 그러나 그 별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투자, 기대치를 충족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그리고 근본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외식업계의 한 평론가는 “파인다이닝을 즐기는 국내 소비자는 많아야 5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이들만으로는 고급 레스토랑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파인다이닝이 살아남으려면 해외 미식 여행객을 끌어들여야 하고, 그러려면 미슐랭 스타가 필요하며, 스타를 유지하려면 또다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순환의 고리다.
20년간 미슐랭 식당을 운영하며 월 100만원으로 살았다는 파브리의 고백. 그것은 요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의 증언인 동시에, 파인다이닝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가혹한 경제 구조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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