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Report – 베트남 브랜드, 세계를 향해 날다

1억 인구의 동남아 신흥 경제국 베트남이 자국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전기차부터 유제품, 커피, 화장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베트남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두드리며 ‘포스트 차이나’ 제조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빈패스트(VinFast)의 미국·유럽 진출, 비나밀크(Vinamilk)의 세계 10대 유제품 브랜드 진입, 코쿤(Cocoon)의 비건 화장품 글로벌 확장은 베트남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 주도 ‘국가 브랜드’ 육성 20년… 결실을 맺기 시작하다

베트남 정부는 2003년부터 ‘국가 브랜드 프로그램(Vietnam National Brand Program)’을 시행하며 자국 기업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년마다 실시되는 국가브랜드 선정을 통해 기업들의 품질 향상을 독려해온 결과, 2024년 11월 현재 190개 기업의 359개 제품이 국가브랜드 타이틀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2023년 총 수익은 240조 동(약 917억 달러)에 달하며, 국가 예산에 150조 동(약 57억 달러)을 납부하고 6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등 베트남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20년 이상의 국가 브랜드 프로그램이 기업들의 도약과 국가를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견고한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간 기업들의 약진이다. 빈그룹(Vingroup)의 빈패스트, 비나밀크, 마산(Masan), 뉴티푸드(Nutifood) 등 베트남 토종 기업들이 고품질 제품과 혁신적 브랜드 전략, 지속가능성 약속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빈패스트, 전기차 시장의 ‘다크호스’

베트남 최대 대기업 빈그룹의 자회사인 빈패스트는 2018년 설립된 신생 전기차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9만7399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92% 성장을 기록했다. 회사는 당초 목표였던 8만 대를 훌쩍 넘어선 실적에 힘입어 2025년에는 판매량을 최소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빈패스트의 레 투이(Le Thuy) 회장은 2024년 탄탄한 확장 기반을 구축했으며, 2025년 상당한 모멘텀을 가지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형 SUV인 VF 3와 VF 5 모델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으며, 2025년 1월에만 국내 판매가 1만 대를 돌파했다. 베트남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한 빈패스트는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확장에 나섰다.

       

미국·유럽 동시 공략… 생산기지도 다변화

빈패스트는 미국과 유럽을 핵심 타깃 시장으로 설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16개 주에 38개의 딜러망을 구축했으며, 유럽에서는 보쉬(Bosch)와 파트너십을 맺어 30개국 70만 개 이상의 충전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말에는 85만 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생산 기지 다변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베트남 하띤(Ha Tinh)성에 VF 3와 VF 5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며, 인도네시아, 인도에도 각각 연간 5만 대 생산 규모의 조립 공장을 2026년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착공한 공장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직접 판매 방식에서 기존 딜러 네트워크 활용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테슬라(Tesla)가 개척한 직접 판매 모델을 보완하여 전통적 딜러십 모델을 병행함으로써 시장 침투력을 높이고 있다. 2024년에는 중동, 인도, 필리핀 등 신규 시장으로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비나밀크, ‘베트남 우유’를 세계 브랜드로

1976년 설립된 비나밀크는 베트남 유제품 시장의 절대 강자다. 국내 액상 우유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시 지역 97%, 농촌 지역 70%의 높은 시장 침투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비나밀크의 성공은 국내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 평가에서 비나밀크는 세계 10대 유제품 브랜드 중 6위, 브랜드 강도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브랜드 가치 28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국 플림솔 통계(Plimsoll Statistics)는 비나밀크를 매출 기준 세계 40대 유제품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40개국 수출… 미국·일본·한국 진출

비나밀크는 1997년 첫 수출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재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4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2012년 수출액만 1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생산 기지도 확보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앙코르밀크(Angkormilk) 브랜드로 현지 유제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폴란드에 유럽 사업부, 미국 캘리포니아에 드리프트우드 데어리(Driftwood Dairy) 공장, 필리핀에 델몬트 비나밀크(Del Monte Vinamilk) 합작사를 운영 중이다.
비나밀크의 성공 요인은 품질에 대한 집요한 추구다. 크리스천 한센(Chr. Hansen), DSM, 베네오(Beneo)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영양 그룹들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개발해왔다. 빈응옌(Binh Duong)성에 위치한 ‘메가 팩토리’는 연간 8억 리터 생산 능력을 갖춘 베트남과 동남아 최대·최신 유제품 공장으로, 90%의 자동화율을 자랑한다.
2023년에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며 지속가능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5% 감축하고, 2035년까지 55% 감축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3년 세계 유제품 혁신상(World Dairy Innovation Awards)에서는 식물성 우유 대체 제품인 ‘슈퍼 넛(Super Nut)’이 최우수 유제품 대체 제품상을 수상하며 혁신 역량을 입증했다.

쯩우웬 커피, ‘베트남의 맛’을 전 세계로

베트남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1996년 설립된 쯩우웬(Trung Nguyen) 커피는 베트남 커피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쯩우웬의 대표 제품인 G7 인스턴트 커피는 베트남 커피 믹스 시장 점유율 3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스카페(Nescafe)가 27%로 2위를 기록하고 있어, 베트남 커피 믹스 시장은 사실상 G7과 네스카페의 양강 구도라 할 수 있다.

60개국 수출… ‘커피 외교’ 역할도

쯩우웬 커피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각국 정상 및 국제 정치인사들의 공식 선물로 채택되면서 베트남 문화를 알리는 ‘외교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쯩우웬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을 넘어 ‘커피 문화’를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커피 생산지인 부온마투옷(Buon Ma Thuot)에 세계 커피 박물관(World Coffee Museum)을 개관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이곳을 “커피 문화에 푹 빠질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쯩우웬 레전드(Trung Nguyen Legend) 브랜드로 10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 중이며, 2022년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쯩우웬 레전드 커피 월드(Trung Nguyen Legend Coffee World)는 오픈 10일 만에 중국 최대 리뷰 앱인 따중디엔핀(Dazhongdianpin)에서 해당 지역 1위 커피숍으로 등극했다.

창업자 당 레 응우옌 부(Dang Le Nguyen Vu) 회장은 의과대학을 중퇴하고 “베트남 커피의 세계화”라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G7 커피의 탄생 스토리는 베트남 호치민 통일궁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89%의 소비자가 G7 제품의 맛이 더 좋다고 평가하며 시장에서의 성공을 예고했다.

코쿤, 비건 화장품으로 글로벌 돌풍

화장품 분야에서는 코쿤(Cocoon)이 베트남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만을 사용한 100% 비건 화장품 브랜드인 코쿤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코쿤은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Cruelty Free International)의 리핑 버니(Leaping Bunny) 프로그램과 페타(PETA·동물윤리 치료 협회)로부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인증을 받은 최초의 베트남 화장품 브랜드다. 비건 소사이어티(Vegan Society)의 비건 인증도 획득했다. 리핑 버니는 화장품·퍼스널케어 분야의 국제적 ‘골드 스탠다드’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브랜드만이 승인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미국·대만 진출… 아시아 시장 확대

코쿤의 글로벌 진출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4년 8월 드럭스토어 가디언(Guardian)과 협업하여 말레이시아 500개 매장에 입점했는데, 이는 가디언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최초의 베트남 화장품 브랜드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아마존(Amazon)을 통해 미국 시장에, 세븐일레븐(7-Eleven)을 통해 대만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국가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코쿤의 제품 라인에는 스쿼시, 알로에, 고투 콜라, 포멜로(베트남 자몽), 장미 등 베트남에서 자생하는 식물 성분이 활용된다. “코쿤(누에고치)”이라는 브랜드명은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로 변하도록 보호하고 키워주는 집처럼, 소비자의 피부와 머리카락을 돌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든 코쿤 제품은 출시 전 12~24개월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치며, 일본 DRC 센터(태국 지점) 기준에 따라 미생물 테스트, pH 테스트, 시간 및 온도에 따른 안정성 테스트, 자극성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파라벤,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 하이드로퀴논, 트리클로산 등 수백 가지 유해 성분을 사용하지 않으며, 베트남 보건부 규정에 따라 이 목록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글로벌 비건 화장품 시장은 2024년 28억4000만 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에서 2029년 39억5000만 달러(약 5조3000억원)로 연평균 6.8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쿤은 이런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베트남 대표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K뷰티의 강세 속에서도 베트남 화장품 기업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2022년 기준 베트남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3억2700만 달러로, 2위부터 5위까지 국가의 수입액 합계보다 많다. 쇼피(Shopee) 베트남에서는 2024년 1월 기준 달바(d’Alba)의 미스트 세럼과 토리든(Torriden)의 다이브인 세럼이 전체 상품 중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등 K뷰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쿤을 비롯한 로컬 브랜드들이 베트남 기후와 피부 타입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맞서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품질·혁신·현지화의 삼박자

베트남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품질에 대한 집요한 추구다. 비나밀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어냈고, 쯩우웬은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예멘, 베트남 등 5개 대륙을 탐색하며 최고 원두를 찾는 집념을 보였다. 코쿤 역시 12~24개월의 연구 개발과 엄격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제품을 출시한다. 베트남 기업들은 국제 인증과 표준을 적극 획득하며 품질 신뢰도를 높여왔다.

둘째, 혁신과 차별화 전략이다. 빈패스트는 신생 기업임에도 전기차라는 미래 산업에 집중하며 빠른 성장을 이뤘다. 2018년 설립 후 불과 6년 만에 베트남 자동차 시장 1위를 차지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은 과감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코쿤은 비건·친환경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쯩우웬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커피’, ‘인생을 바꾸는 커피’라는 철학적 가치를 제품에 담았다.

셋째, 현지화와 문화적 정체성의 조화다. 베트남 기업들은 글로벌 표준을 추구하면서도 베트남의 문화적 정체성을 제품에 녹여냈다. 비나밀크의 ‘라이징 베트남(Rising Vietnam)’ 캠페인은 북에서 남까지 베트남 각지의 랜드마크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국가를 노래하는 내용으로 국민적 자부심을 자극했다. 쯩우웬은 베트남 커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주력하며 커피 박물관, 커피 도시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코쿤은 베트남 자생 식물을 활용한 제품으로 ‘오리지널 베트남(Original Vietnam)’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다.

베트남 상공회의소는 베트남 제품이 200개 국가와 지역에 진출했지만, 약한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태국·한국 제품과의 치열한 경쟁 등의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 브랜드 구축은 정부, 업계 협회, 무역 진흥 기관, 기업, 소비자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타 분야에서도 약진… 제과·게임·콘텐츠까지

베트남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제과 브랜드 비비카(Bibica)는 한국, 일본, 미국, 중국, 태국 등 17개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월마트(Walmart) 네트워크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비카는 버터, 우유, 밀가루 등 원재료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한계를 열대 농산물과 베트남 브랜딩으로 극복하며 비스킷과 코코넛 쿠키 등으로 독자적 시장을 개척했다.

◀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베트남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게임 시장은 2024년 6억55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4억3000만~1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78%가 넘는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바탕으로 5460만 명의 게임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는 2024년 베트남 게임 기업 ‘VNGGames’와 독점 퍼블리싱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 캐릭터 IP 산업에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베트남 정부는 2025~2035년 실행될 문화발전 국가 목표 프로그램에 약 1222조 동(약 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승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 비즈니스센터가 2023년과 2024년 개최한 ‘한-베 캐릭터 라이선싱 페스티벌’에는 한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60여 개 기업이 참여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 농업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원 커뮌 원 프로덕트(One Commune One Product, OCOP)’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특산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앙 조정 사무소에 따르면, 79개 5성급 OCOP 제품 중 48개(60.7%)가 미국, 유럽, 일본 등 고품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루낙(Luc Ngan)의 춧(Chu) 쌀국수는 여러 국가로 수출되며 현지 특산품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 넘어 독자 브랜드 파워 구축

베트남 경제는 2024년 GDP 성장률이 국회 목표치인 6~6.5%를 상회하는 6.8~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1인당 GDP는 4700달러를 돌파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중산층 확대와 소득 증가는 국내 소비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늘려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베트남 500대 기업(VNR500) 조사에서 64.7%의 기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았다. 베트남 정부는 디지털 경제가 현재 GDP의 13~14%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베트남 기업들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기술 기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시장의 70%를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지만, 베트남 정부는 2025년 화장품법을 전면 개정하여 현지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도모할 계획이다. 아세안 및 국제 관행에 따른 화장품 효능과 품목 기준을 마련하고, 전자상거래 등 변화하는 비즈니스 형태에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약 34만 대로 전년 대비 12.6% 증가했다. 빈패스트의 전기차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토요타 등 기존 강자들도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공세도 거세지면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베트남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전기차, 유제품, 커피, 화장품에서 쌓은 성공 경험이 반도체,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베트남은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브랜드 육성 정책, 민간 기업의 혁신 역량, 젊고 역동적인 인구 구조,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적극적 수용이 맞물리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메이드 인 베트남’은 더 이상 저임금 생산 기지의 상징이 아니다. 빈패스트, 비나밀크, 쯩우웬, 코쿤으로 대표되는 베트남 브랜드들은 품질, 혁신, 지속가능성에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며 독자적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있다. ‘조용한 호랑이’ 베트남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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