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까지만 해도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급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가 눈에 띄게 잠잠해졌다.
7월 내내 사흘에 이틀 꼴로 3% 넘는 등락을 보이던 지수는 이달 들어 급격히 변동성을 축소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사이드카 발동 횟수도 지난달 15회에 이르렀던 것이 이달 들어서는 3분의 1 수준인 5회로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시장쏠림과, 이로 인한 변동성을 더욱 증폭하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완화된 모습이다.
당국은 글로벌 반도체 조정과 맞물려 국내 주식시장이 초(超)고변동성을 보이자 지난달 31일 기본예탁금을 1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긴급 보완대책을 실시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남긴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 시장 활력이 크게 위축되면서 지수 상승 탄력이 확연히 둔화한 것이다.
시장 거래량과 회전율이 나란히 감소한 가운데 코스피는 이달 들어 7천선 안착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 ‘롤러코스피’ 증시…변동성 정점 찍은 7월
30일 연합뉴스가 코스피의 일별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은 22거래일 가운데 14거래일(64%)에 달했다. 거래일 약 3일 중 2일꼴로 지수가 3% 넘게 움직인 셈이다.
1월에는 이 같은 날이 단 하루였다. 이후 2월에는 7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진 3월에는 9일, 4월엔 3일, 5월엔 7일을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가 본격화한 6월에는 11일, 7월에는 14일까지 늘었다.
반면 규제가 시행된 이후인 이달을 보면 지난 28일까지 총 19거래일 가운데 8일(42%)만 코스피가 3% 이상 등락했다.
코스피가 5% 이상 급등락한 날의 수를 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6월에는 7일, 7월에는 10일을 기록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단 3일로 줄었다.
올해 코스피가 하루 10% 이상 움직인 총 세 차례 가운데 두 차례는 7월에 몰렸다.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10.84% 폭락해 역대 2위 하락폭(732.09포인트)을 기록했고, 31일에는 반대로 17.91% 뛰어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새로 썼다.
역대 1위 하락폭을 기록한 날은 지난 6월 23일(-910.71포인트)이다.
지수 움직임이 잔잔해지자 시장 안전장치 발동 횟수도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6월 10회, 7월 15회 발동됐다. 7월 전체 거래일은 22일이었는데 7일을 뺀 나머지 일수에는 모두 사이드카가 울렸던 것이다.
올해 총 49차례의 사이드카 발동건수 중 절반이 넘는 25건이 6∼7월에 집중됐다.
반면 8월 들어서는 사이드카 발동이 5회에 그쳤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지수 대비 8% 이상 폭락한 채로 1분간 지속되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 역시 올해 3월 두 차례, 6월 세 차례, 7월 네 차례로 지속적으로 횟수를 늘려가는 추세였으나, 이달 들어서는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지난 6월 말 장중 한때 97.99까지 치솟았지만 지난 28일에는 50.08로 내려왔다.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대책 이전인 지난달 30일(86.18포인트)과 비교하면 불과 20거래일 만에 36.1포인트(42%)가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 기대 변동성을 연율화한 지표인 VKOSPI가 종가 기준 50으로 내려온 건 지난 4월 20일(50.32) 약 넉 달만 처음이다.
◇ 변동성 잡았지만 거래 활기도 ‘뚝’…다시 ‘박스피’?
문제는 변동성은 잡았지만 시장의 열기가 식는 걸 막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만스피'(코스피 1만 포인트)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과 고점 부담 속에 지난달 29일 장중 5,262.77까지 추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저점 대비 상당 폭 반등했지만 7천선 안착에는 실패했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7,216.62까지 올랐지만 결국 6천선에서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천선을 웃돈 것은 지난달 23일(7096.89)이 마지막이다.
거래 위축도 두드러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은 3억2천179만주,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7천568억원으로 둘 다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상장주식 회전율 역시 올 최저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의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0.54%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전체 상장주식 1천주 중 약 5.4주가 거래됐다는 의미다.
상장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투자자 간 주식의 ‘사고 팔고’가 적었다는 뜻이다. 코스피 일평균 회전율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진 6월에는 0.82%였고 7월에는 0.72%였다.
지수 급락 과정에서 누적된 손실로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은 데다, 이후 반등세마저 주춤하면서 투자자들이 손실 만회를 기다리는 이른바 ‘물린’ 상태에 머물고 있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다시 7천선을 넘어 전고점을 향하려면 레버리지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새로운 수급이 채워야 한다고 본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일부 종목으로의 쏠림을 배가시켰고, 이후 규제가 들어오면서 거래 규모도 줄었다”며 “이는 수급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 상반기와 달리 투자자들의 매물대기 잠겨있는 만큼, 향후 지수는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치는 ‘루트자'(√) 형태의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다시 올라가려면 새로운 자금이 유입돼야 하는데 레버리지 지수상장펀드(ETF)로 들어올 수 있는 신규 자금 경로가 줄어든 만큼 반등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던 금융투자, 특히 ETF 쪽이 예전처럼 열심히 매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허 연구원은 “기업 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크게 늘었지만, 내년부터는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6월 코스피 고점이 내년 이익까지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이라면 추가 상승 기대감이 제한되면서 지수가 다시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거래 위축은 증권사에도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 급증은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를 이끌었지만, 최근처럼 거래대금 감소가 이어질 경우 3분기에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상당히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대금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각 증권사가 이 감소를 어떻게 메웠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