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5일 토요일 오전, 마지막 날이라 한산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빗나갔다. 호찌민시 7군 사이공전시컨벤션센터 (SECC·Saigon Exhibition and Convention Center) 앞은 폐막일 오전인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지난 7월 23일부터 사흘간 이곳에서 열린 베트남 최대 규모의 국제 뷰티 전시회 ‘비엣뷰티 × 코스모뷰테 베트남 × 뷰티케어 플러스 2026 (Vietbeauty × Cosmobeauté Vietnam × Beautycare Plus 2026)’의 현장이다.
올해 전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개막일 기준 24개국·지역에서 온 600개 기업이 3,000개가 넘는 브랜드를 들고 나왔고, 전시 면적만 1만 7,600m2에 달했다. 주최 측인 인포마 마켓츠 베트남 (Informa Markets Vietnam)은 사흘간 약 1만 5,000명의 관람객을 예상했는데, 마지막 날 오전 분위기만 놓고 보면 그 숫자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가장 크고, 가장 붐빈 한국관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관의 존재감이었다. 여러 국가관 가운데 한국 전시관이 단연 규모가 컸다. 한 덩어리로 묶기 어려울 만큼 참가 기업이 많아, 지역별로 구역을 나누어 배치했을 정도였다. 관람객의 발길도 이곳에 집중됐다. 통로가 다른 구역보다 눈에 띄게 더뎠고, 부스마다 상담을 기다리는 바이어와 소비자가 뒤섞여 있었다.
▲ 한국관은 사람이 많아서 걸어다니기가 힘들지경이었다
솔직히 놀라웠다. 화장품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 프랑스, 미국 브랜드가 모두 나온 자리에서, 그리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현지·중국 브랜드 사이에서, 한국 상품이 여전히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K-뷰티의 유행이 한풀 꺾였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던 터라, 현장에서 목격한 한국관의 밀집도는 예상 밖이었다.
▲ 소재 및 원자재 중심의 중국관 모습,
생각보다 브랜드 이름을 걸고 최종소비재를 만드는 경우는 적었다
AI보다 앞선 것은 ‘중국이 장악한 소재 시장’
이번 전시의 공식 화두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재생의학, 최소 침습 미용기술이었다. 하지만 전시장을 직접 걸어보며 받은 인상은 조금 달랐다. AI 관련 시연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없지는 않았으나, 정작 전시장을 실질적으로 채우고 있던 것은 화장품 원료·소재 시장을 파고든 중국 기업들이었다. 완제품 뒤편,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 공급 영역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전시 품목의 폭도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완제품 화장품과 향수는 물론, 피부과에서 실제로 쓰이는 의료·미용 기기까지 출품됐다. 네일아트에 들어가는 재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전문 기업도 부스를 차렸다. 원료에서 OEM·ODM 생산, 포장, 완제품, 전문 장비에 이르기까지 뷰티 산업의 공급망 전체가 한자리에 펼쳐진 셈이다.
한국과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하는 대만관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미용·미용기기 분야에서 한국이 도전받는 지점과 겹치는 구성이었지만, 관람객의 무게중심은 확실히 한국관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 상대적으로 한산한 대만관의 모습
“아직은 ‘한국’을 넣어야 팔린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중국관 쪽에서 있었다. 한국식 원료·소재를 판매한다는 한 중국 업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중국관에 자리를 잡고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뷰티 시장에서는 아직도 ‘한국’이라는 이름을 어딘가에 넣어야 제품이 잘 팔린다는 것이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이번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처럼 들렸다. 중국 기업이 소재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는 와중에도, 정작 그 제품을 소비자에게 밀어 넣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여전히 ‘한국’이라는 상표가 필요하다는 것. 한국관이 가장 크고 가장 붐볐던 이유, 그리고 화장품 종주국들 틈에서 한국 상품이 여전히 통하던 이유가 그 한마디에 압축돼 있었다.



성장하는 시장, 지켜야 할 이름값
베트남 뷰티 시장의 성장세는 이번 전시가 붐빈 배경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 화장품·퍼스널케어 시장은 2025년 약 27억 9,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5~2030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온라인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져, 뷰티 분야 전자상거래 매출은 74조 4,000억 동(약 28억 3,000만 달러)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젊은 인구와 빠르게 두터워지는 중산층을 배경으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뷰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폐막일 오전까지 이어진 인파가 그 열기를 증명했다. 다만 이번 전시가 남긴 진짜 물음은 규모가 아니라 방향에 있었다. 소재는 중국이 밀고 올라오고, 완제품은 여전히 ‘한국’이라는 이름값에 기대는 구조. 그 이름값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지금 이 시장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들의 다음 행보에 달려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