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월드컵을 찾은 전 세계 축구 팬들 사이에서 미국의 대중적인 소스인 ‘랜치(Ranch) 소스’를 고국으로 대량 포장해 가는 이색 열풍이 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형 식품 기업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4일 글로벌 식품업계 및 월드컵 현지 미디어 센터의 종합 보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등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현지 식당에서 튀김 요리와 함께 제공되는 허브 크림 기반의 랜치 소스 맛에 매료되어 귀국길에 수십 병씩 구입하는 현상이 적발됐다. 실제 영국인 관광객 케브 푸팃 씨는 랜치 소스 20병을 수하물로 부치기 위해 추가 가방을 구입하고 300달러에 가까운 탁송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러한 trào lưu(유행)는 지난 6월 8일 스웨덴의 한 축구 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랜치 소스를 유럽으로 수입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급기야 미국 연방항공우주국 산하 교통안전청(TSA)은 기내 휴대 수하물로 대용량 액체 소스류를 반입할 수 없다며 압수된 소스 병 사진을 공개하고, 반드시 위탁 수하물로 부치거나 휴대용 분말 패킷 제품을 이용하라는 공식 지침 서류를 발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식품 트렌드 연구소 컬리너리 타이즈(Culinary Tides, Inc.)의 수지 바다라코 소장은 “관광객들이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현지에서 그대로 체험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비(Applebee’s) 등 현지 외식 체인과 크라프트, 하인즈 같은 메가 식품 브랜드들은 차량용 소스 거치대를 홍보하거나 항공기 반입 규격에 맞춘 소용량 패킷을 긴급 생산하는 등 전격적인 물류 물량 공세에 나섰다.
사실 랜치 소스는 마요네즈, 버터밀크, 사워크림 등 유럽에 뿌리를 둔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 세계 슈퍼마켓 밸류체인에 공급되어 온 제품이다. 역사학자들은 이 소스가 1950년대 캘리포니아의 ‘히든 밸리 랜치’ 관광 목장에서 처음 대중화되었으며, 당시 미국 서부 개척 문화 및 카우보이 이미지와 결합해 미국의 ‘국민 소스’ 메커니즘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해외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임에도 새삼스럽게 열풍이 분 이유는 미국의 정통 현지 매장 분위기 속에서 직접 음식을 찍어 먹는 공간적 경험이 차별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랜치 소스 붐이 소셜미디어와 대기업들의 철저한 기획에 의해 부풀려진 chiêu trò(상술)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뉴욕 타임스퀘어 등지에서 만난 영국 축구 팬들은 랜치 소스의 맛이 특별하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과거 영상을 짜깁기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히든 밸리가 대회 전인 5월부터 해외 홍보 캠페인 재정을 가동했고, 하인즈와 헬만스 등도 이미 올 초부터 영국 시장을 겨냥해 유사한 맛의 신제품 광고 매커니즘을 집중 배치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심리를 조작한 거대 마케팅 정국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 지표는 완연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인즈는 월드컵 개막 이후 매출이 5% 상승했다고 보고했으며, 헬만스 역시 6월 한 달간 기록적인 판매고 지표를 청산했다. 크라프트 하인즈 대표는 올여름 몰려드는 소매 유통망과 펍(Pub)의 구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장 생산 라인의 가동률을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고 확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