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 자금의 흐름 속에서 동남아시아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 판도가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팜 냣 브엉(Phạm Nhật Vượng) 회장이 이끄는 빈그룹(Vingroup) 생태계가 매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역내 최상위권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30일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통계 플랫폼 컴퍼니즈마켓캡(CompaniesMarketCap) 및 아세안 증권거래소 연합 증시 금융 공시 보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시가총액 상위 15대 기업 명단에 베트남의 대표 민간 기업인 빈그룹과 그 부동산 자회사 빈홈즈(Vinhomes)가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가 6개사로 가장 많았고 태국이 5개사로 뒤를 이었으며, 베트남이 2개사를 진입시킨 반면 동남아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각각 단 1개사씩만을 명단에 올려 베트남 민간 자본의 압도적인 스케일 성장세를 증명했다.
이번 공시 지표에서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낸 곳은 베트남 증시의 라스 선(Lá cờ đầu·선두 주자) 역할을 맡고 있는 빈그룹이다. 빈그룹은 시가총액 약 650억 달러(한화 약 170조 원)를 기록하며 동남아시아 전체 기업 서열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아울러 핵심 자회사인 빈홈즈 역시 시가총액 250억 달러를 방어하며 탑 15 클럽에 당당히 안착했다. 이로써 빈그룹은 싱가포르의 대표 국영 통신사 싱텔(Singtel),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쇼피의 모기업 시 리미티드(Sea Limited), 글로벌 전자 제조사 플렉스(Flex), 싱가포르 대형 은행인 유나이티드 오버시즈 은행(UOB) 등 역내 오랜 카르텔 명가들을 모두 제치는 저력을 발휘했다.
종합 순위를 살펴보면 싱가포르의 디비에스 그룹(DBS Group)이 시가총액 1천440억 달러로 동남아시아 최고 존엄의 위상을 굳건히 수성했으며, 태국의 델타 전력(Delta Electronics)이 1천140억 달러로 2위, 싱가포르의 오버시즈 차이니즈 은행(OCBC Bank)이 860억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탑 3 중 2개 사가 금융사일 정도로 금융·보건·테크 업종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빈그룹은 제조, 기술, 주거, 서비스를 총망라하는 초대형 다방면 멀티 인프라(복합 기업) 모델로 당당히 최고위급 지표를 쟁취해 차별성을 더했다.
동남아 시총 탑 15 국가별 카르텔 분포를 보면 싱가포르는 DBS, OCBC, 싱텔, 시 리미티드, 플렉스, UOB 등 6개 금융·테크 기업이 포진했다. 태국은 델타 전력을 비롯해 국영 에너지 기업 PTT PCL, 최대 통신사 AIS, 걸프 에너지(GULF), 태국공항공사(Airports of Thailand) 등 5개 사를 진입시켰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최대 민간 은행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Bank Central Asia), 말레이시아 역시 대표 금융사인 메이뱅크(Maybank)만이 간신히 턱걸이 체증을 면했다. 인니와 말레이의 대표 주자가 순수 금융 업종에 편중된 것과 달리, 베트남은 제조 가치사슬인 전기차(VinFast), 첨단 AI 기술 및 스마트 도시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투자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유입 조율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빈그룹의 이번 4위 도약이 글로벌 하이테크 자동차 시장 진출과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선제적 투자가 결실을 본 결과라고 정밀 진단했다. 비록 최상위권인 DBS나 태국 델타와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동남아 경제의 허브인 싱가포르와 태국의 대형 앵커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 자체가 베트남 자본시장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승격(내년 안건 조율) 호재와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이번 탑 15 동시 진입 성적표는 베트남이 더 이상 외산 가공무역의 변두리 하청 기지가 아니라, 자체 자본력과 독자적 브랜드 생태계를 장착한 거대 민간 기업들을 보유한 동남아시아 금융·산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우뚝 섰음을 공포하는 상징적 지표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