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정부가 약 4개월간 지속된 적대적 무력 충돌 사태를 종식하는 평화협정에 전격 서명함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이란에 대한 원유 및 연료 수출 제재 유예 조치를 가동하며 이란의 경제적 동맥이 다시 살아날 발판이 마련됐다.
20일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지표 및 중동 정세 공시 보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17일 양국 간 전쟁 상태를 종식하는 평화협정 양해각서(MOU)를 전격 체결했다. 이번 협정 결의안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즉각적인 대이란 제재 면제 명령을 발동했으며, 이란은 합법적인 경로로 원유 수출을 재개해 연간 최대 600억 달러(한화 약 83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 수익 지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원유 거래 허용 조치가 지난 10여 년간 미국 워싱턴 당국이 이란의 핵 개발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 가동해 온 핵심 금융 제재 인프라의 빗장을 푸는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형 바이어들은 미국의 무역 보복 보복 우려 없이 이란산 원유를 정상 조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보했다. 분쟁 발발 전 이란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를 담당해 왔으나, 미 해군의 해상 봉쇄령 가이드라인이 가동된 이후 수출량이 기존 하루 110만 배럴에서 지난 5월 기준 65,000배럴까지 폭락하며 국가 생산 지표가 3분의 1 수준인 하루 230만 배럴로 주저앉은 상태였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제재 전문가 리처드 네퓨 전 미국 고위 관료는 “이번 양해각서가 이란 경제의 모든 가이드라인을 단번에 열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초기 2달간 약 80억 달러의 즉각적인 유동성 유입 경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장기적인 제재 해제 및 3,000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 재건 인프라 지원 메커니즘을 미끼로 이란 정권의 중동 내 군사적 도발 지표를 하향 안정화하겠다는 결의안에 도박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 국가안보회의(NSC) 출신 마이클 싱 연구원 등은 막대한 원유 대금이 이란의 친이란 프록시(대리 세력) 무장 지원이나 미사일·드론(UAV) 제조 인프라로 유입되어 역내 불안정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 지표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해상 물류망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포착됐다. 비정부기구인 이란핵반대연합(UANI)과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데이터 지표에 따르면, 500만 배럴 이상의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3척이 차바하르 항구를 출발해 미 해군의 봉쇄선을 무사 통과한 뒤 오만만을 통과했다. 보완적 지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평화 정착 매커니즘이 완전히 가동될 경우 오는 2027년까지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800만 배럴 가량 증가해, 글로벌 수요 회복 지표인 하루 200만 배럴을 크게 상회하며 내년도 유가 공급 과잉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한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자체 생산량 우상향 기조를 확약한 상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브릿지 패인 석유가스 예측 부문 책임자는 이란의 원유 생산 원가가 배럴당 10~30달러 수준으로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60~70달러)보다 월등히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 자본과 유전 관리 기술 인프라가 유입된다면 2~3년 내에 분쟁 전보다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추가 생산 지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협정으로 막대한 대사적 이익이 수반되겠지만 미국의 과거 일방적인 협정 파기 가이드라인을 경험한 만큼 전적으로 서방의 약속에만 의존하지는 않겠다는 신중한 기조를 고수했다. 이란 내부의 강경 보수 성향 언론인 파리사 나스르 등은 협정 발표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일과 겹친 점을 들어 고(故)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살해 사건을 언급하며 굴욕적인 ‘생일 선물 외교’라며 거세게 비판하는 내부 반발 메커니즘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공식 승인을 거친 결의안임을 분명히 하며 “미국이 이란 인민의 권리를 진정으로 존중하는지 현실에서 검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