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베트남 자본시장과 산업계에서도 민간 우주 산업의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전격 주목받고 있다. 과거 정부 주도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항공우주 분야에 ‘빈스페이스(VinSpace)’와 ‘타이스페이스(ThaiSpace)’ 같은 민간 자본이 가세하면서 베트남의 독자적인 ‘우주 강국’ 꿈이 첫발을 떼었다는 분석이다.
15일 베트남 금융투자 업계 및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스페이스엑스는 IPO를 통해 750억 달러(한화 약 103조 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며 글로벌 7대 기업 반열에 전격 등극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단순히 일론 머스크를 세계 최초의 ‘조 만장자(Tài sản ròng 1.000 tỷ USD)’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을 위성 통신, 지구 관측, 우주 관광 등 미래 민간 우주 경제(Kinh tế không gian)로 전향시키는 이정표가 됐다. 이러한 글로벌 우주 패권 경쟁의 흐름 속에 베트남 역시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는 우주 개발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우주 산업의 선두 주자는 시가총액 최상위 대기업인 빈그룹(Vingroup)이 이끄는 ‘빈스페이스’다. 지난 2025년 말 법정 자본금 3,000억 동(한화 약 165억 원)으로 전격 설립된 빈스페이스는 팜 넣트 부엉(Phạm Nhật Vượng) 빈그룹 회장이 사재를 털어 71퍼센트의 지분을 직접 확보했으며, 빈그룹이 19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한 핵심 기술 계열사다. 이 회사는 항공기 및 우주선 제조업, 위성 통신, 항공 운송 등 광범위한 하이테크 사업을 사법적 정관에 등록했다. 빈스페이스는 현재 ‘메이크 인 베트남(Make in Vietnam)’ 규격의 나노 위성을 자체 연구 개발 중이며, 오는 2027년 베트남 민간 기업 최초로 독자적인 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공표했다. 이를 위해 도심 내에 위성 조립을 위한 첨단 클린룸, 우주 환경 시험 시스템 및 지상 관제국 등 핵심 인프라를 속도감 있게 구축하고 있다.
빈스페이스에 앞서 우주 산업의 포문을 열었던 ‘타이스페이스’ 역시 베트남 우주 도전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겼다. 유명 기업가 응우옌 득 투이(Nguyễn Đức Thụy) 회장이 이끌던 타이홀딩스(Thaiholdings)는 지난 2021년 말, 무려 26조 6,880억 동(한화 약 1조 4,6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자본금을 공언하며 타이스페이스를 설립했다. 당시 이들은 청정 휴양지인 푸꾸옥(Phú Quốc) 섬에 우주비행센터(우주공항)를 건립하고, 2026~2030년 사이 최초의 민간 우주 관광 비행을 실현한 뒤 미국 증시에 상장해 글로벌 투자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거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비록 이후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자본금을 2조 2,750억 동으로 대폭 축소하고 법인명을 ‘바이톰-푸꾸옥 투자무역서비스’로 변경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쳐 지분이 전량 매각되는 부침을 겪었으나, 베트남 민간 자본이 우주 무대에 던진 첫 번째 과감한 승부수였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금융 및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스페이스엑스와 베트남의 신생 ‘스페이스’ 기업들 사이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거대한 기술적·인프라적 ‘공백’이 존재한다고 매서운 분석을 곁들였다. 재사용 로켓 기술과 수천 개의 저궤도 스타링크 위성망을 보유한 스페이스엑스 수준에 도달하려면 천문학적인 자본 투자 외에도 고도의 정밀 기계 공학 기술, 우주용 부품 공급망(Supply Chain), 그리고 수십 년에 걸친 독자적인 연구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은 자체적인 로켓 엔진 제조 기술이나 발사대 인프라가 전무하며 국내 위성 시장의 규모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민간 기술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향후 국가 인공지능(AI) 및 항공우주 산업의 사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 라인을 정립하는 결정적인 마중물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역시 20여 년 전에는 단 몇 십 명의 엔지니어와 무모한 꿈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빈스페이스가 쏘아 올릴 2027년의 첫 위성은 베트남이 우주 경제라는 신대륙의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주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