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정부가 태국과의 수십 년간 이어진 해상 영유권 및 겹침 구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강제 화해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3일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훈 마네 캄보디아 총리는 전날인 6월 2일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태국 정부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에게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명시된 강제 화해 절차를 시작한다는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훈 마네 총리는 이번 조치가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캄보디아의 해상 주권과 해양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이웃 나라인 태국과 평화적이고 상호 존중하는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법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훈 마네 총리는 “캄보디아는 이웃 국가들과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일관되게 모색해 왔다”라며 “태국과의 관계 역시 평화와 존중을 바탕으로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정당한 해상 주권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지난 2001년 체결한 ‘2001 양해각서(MOU)’라는 양자 협의체 메커니즘에 따라 지난 20여 년 동안 해상 경계 획정 및 겹침 구역(OCA)의 공동 개발 방안을 논의해 왔다. 캄보디아는 태국 측이 이 양해각서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양자 협력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으나, 결국 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탈퇴를 강행하면서 2001 양해각서 체제는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는 양자 회담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 국제법이 보장하는 사법적 절차인 UNCLOS 강제 화해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메커니즘은 국제법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유엔 화해 위원회 앞에서 양국이 각자의 입장과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중재안을 도출하는 평화적 분쟁 해결 절차다.
훈 마네 총리는 지난 2018년 동티모르와 호주가 이와 동일한 유엔 강제 화해 매커니즘을 적용해 해상 경계 분쟁을 성공적으로 타결했던 선례를 제시했다. 캄보디아 정부 역시 이번 유엔의 중재를 통해 국제법의 효용성이 다시 한번 증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태국 지도부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누틴 찬비라쿨 태국 총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캄보디아가 양국 간의 고질적인 해상 국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법상의 강제 화해 절차를 개시했다는 통지 내용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보고받거나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유보했다. 천문학적인 천연가스와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암만 내의 핵심 해상 구역을 둘러싸고 캄보디아가 국제기구를 통한 분쟁 해결에 나서면서, 동남아시아 해역의 외교적 움직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