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대만계 대형 상장지수펀드(ETF)인 ‘푸본 FTSE 베트남 ETF’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30일 베트남 증권업계와 현지 소식에 따르면 푸본 ETF의 투자 수익률은 자산 가치 회복에 힘입어 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2021년 5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의 누적 수익률은 27.47퍼센트로, 지난해 3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28퍼센트에 바짝 다가섰다. 대만 푸본금융그룹 산하의 이 펀드는 지난 2021년 3월 베트남 시장에 진입해 ‘FTSE 베트남 30 지수’를 추종하며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 투자해왔다.
최근의 가파른 수익률 상승은 펀드 내 편입 비중이 높은 대형 주도주, 그중에서도 빈그룹(Vingroup) 에코시스템 종목들의 주가 회복이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달 28일 기준 푸본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123억 대만달러(한화 약 5천100억 원)를 기록했으며, 전체 자산의 99.2퍼센트를 주식에 올인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보면 빈그룹 계열사들의 압도적인 비중이 눈에 띈다. 부동산 개발사인 빈홈즈(VHM) 주식 936만 주를 보유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13.33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주사인 빈그룹(VIC) 역시 634만 주(비중 12.92퍼센트)를 보유해 뒤를 이었다. 이 두 핵심 종목의 비중만 합쳐도 전체 펀드 자산의 4분의 1을 넘어선다. 여기에 유통 계열사인 빈콤리테일(VRE)도 약 3퍼센트의 비중으로 편입돼 있다. 이 외에도 철강선두 기업인 호아팟(HPG)을 약 3천 800만 주(8.83퍼센트) 보유하고 있으며 비엣콤뱅크(VCB·5.75퍼센트), 마산그룹(MSN·5.52퍼센트), SSI증권(5.14퍼센트)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펀드의 탁월한 성과와 달리 투자금은 오히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푸본 ETF에서는 지속적인 자금 유출이 발생해 현재까지 약 8천 900만 달러(한화 약 1천 200억 원) 규모의 순유출이 집계됐다. 이는 펀드가 베트남 주식 시장에서 약 2조 3천억 동어치의 주식을 매도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2021~2022년 베트남 증시에서 외인 자금을 끌어모으던 최고의 ‘자석’으로 불렸던 이 펀드의 이탈 현상은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전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랠리와 궤를 같이한다. 올해 호찌민 증권거래소(HOSE)에서 외인은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순매도를 기록 중이며, 누적 순매도 금액은 무려 63조 8천억 동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인 이탈의 배경으로 베트남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 승격 선반영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꼽는다. 베트남 증시가 신흥시장으로 등급 상향이 유력해지자, 기존 프런티어 마켓(Frontier Market) 전문 펀드들이 리스크 분산 요건에 따라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단기적 공백을 신흥시장 전문 글로벌 펀드들이 아직 채우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환율 압박도 외인 자금 유출을 부채질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베트남 증시가 금융과 부동산 등 특정 전통 산업에만 시총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기업공개(IPO) 시장에 참신한 신규 대형 우량주 공급이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한계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흥시장 승격 모멘텀이 결국 외인 환류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SSI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FTSE 신흥시장 지수 편입 시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ETF로부터 약 13억 달러의 신규 자금이 베트남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나아가 향후 영국 FTSE에 이어 세계 최대 지수 산출 기관인 미국 MSCI의 신흥시장 기준까지 충족할 경우 글로벌 패시브 및 액티브 펀드로부터 수 배 이상 큰 규모의 전 세계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