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계 전직 의사가 독자적인 공정으로 뼈를 바르고 숯불 가마에 구워낸 이른바 ‘기타 오리(Vịt guitar)’ 구이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현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외식 업계와 아시아 매체 보도에 따르면, LA에 거주하는 베트남계 미국인 홍 팜(Hong Pham) 씨와 그의 아내 킴(Kim) 씨가 운영하는 홈다이닝 형태의 오리구이 전문 서비스가 현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음식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베트남 전통 음식인 반꾸온(Bánh cuốn)부터 순대, 두리안 케이크까지 집에서 직접 연구해 만들던 홍 씨는 최근 반년 동안 차슈, 삼겹살 구이, 오리구이 등 광둥식 육류 구이 공정에 매료됐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숯불 가마에서 갓 꺼낸 오리구이의 바삭한 질감과 이를 타코, 라면 등에 접목한 현대적 레시피 비디오를 공유하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반 가정용 오븐으로 오리를 구웠으나 성능의 한계를 느낀 그는 아시아 현지 전문점들이 사용하는 항아리 모양의 가마(Chum)가 오리 껍질을 균일하고 바삭하게 만드는 최적의 매트릭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2년 전 알리바바를 통해 1천 달러를 투자해 숯불 전용 오리 가마를 주문했고, LA 자택 뒷마당에 설치했다. 초기에는 닭과 돼지고기만 구웠다. 오리는 지방이 너무 많아 기름기를 정밀하게 녹여내야 하는 데다 살짝 데치기, 껍질 분리, 공기 주입 등 아마추어가 접근하기엔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은 ‘두려운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홍 씨는 미국의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탑 셰프(Top Chef)’ 시즌 12 우승자 메이 린(Mei Lin)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문을 구했다. 프로 셰프의 격려와 조언에 힘입어 그는 광둥식 오리구이를 시작으로 정통 북경 오리(베이징 덕) 공정까지 마스터했다. 정통 북경 오리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오리를 끓는 물에 데친 후 식초, 꿀, 물, 맥아당을 혼합한 소스를 끼얹어 색을 냈다. 이어 전용 공기펌프를 사용해 고기와 껍질 사이에 공기를 주입해 분리한 뒤, 오향분과 백후추로 속을 채우고 냉장고에서 7~10일간 건조해 껍질의 수분 수치를 완전히 제거했다. 가마에서 구워내는 타임라인은 약 1시간 반이 소요된다.
여기서 나아가 홍 씨는 오리의 뼈를 완전히 발라낸 뒤 양념을 하고, 중국 전통 악기인 비파 모양의 평평한 금속 틀에 고기를 넓게 펴서 굽는 ‘비파 오리(Vịt tỳ bà)’ 기술을 도입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이 요리를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비파와 형태가 유사한 ‘기타 오리(Guitar ducks)’라는 위트 있는 이름을 붙였다. 기타 오리는 껍질이 극도로 바삭하면서도 속살은 육즙을 머금어 촉촉하고 양념이 깊게 배어들 뿐 아니라, 굽는 시간도 45분으로 대폭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홍 씨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아직 비파 오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를 대중화하려 노력 중”이라며 “발골 작업에 엄청난 공이 들어가지만, 북경 오리와 광둥식 오리구이의 장점만을 결합해 손님들에게 최고의 미식 자산을 선사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의 홈다이닝 비즈니스는 오리의 모든 부위를 낭비 없이 제로 웨이스트로 활용한다. 발골하고 남은 뼈는 깊은 맛을 내는 라면 육수로 우려내고, 오리고기는 슬라이스하여 타코, 또띠아, 또는 베트남식 부침개인 반쎄오(Bánh xèo)의 고명으로 올린다. 현재 그는 통오리구이 한 마리와 곁들임 채소, 반꾸온, 오리 라면, 특제 수프가 포함된 4인 가족 기준 콤보 세트를 110달러(한화 약 1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신선한 미식을 따뜻한 상태로 맛보기 위해 1시간 이상 차를 몰고 직접 픽업하러 오는 극성팬들도 생겨났다.
의료 영상 진단(방사선과) 분야에서 20년간 전문의로 근무해 온 홍 씨는 오리구이 사업이 번창함에 따라 이제 전업 요리 사업가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구상 중이다. 최근에는 LA 지역의 졸업식, 생일, 기념일 등 다양한 프라이빗 파티의 케이터링 서비스를 수주하고 있다. 특히 고객들 앞에서 불타는 숯불 가마로부터 갓 구워진 황금빛 오리를 직접 꺼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벤트가 파티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홍 씨는 “손님들이 오리가 가마에서 나오는 순간을 보며 아이처럼 기뻐한다”라며 “이제 이 일은 나에게 단순한 노동이나 직업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즐거운 놀이이자 안녕을 주는 자산”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