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증시가 과거 국영기업 민영화 중심의 상장 패턴에서 벗어나, 대형 민간 기업의 분할 상장과 내수 소비재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제3차 기업공개(IPO) 슈퍼웨이브’를 맞이하며 대전환기를 예고하고 있다.
26일 베트남 금융투자 업계와 증권 당국에 따르면, 최근 디엔메이싸인 투자합작회사(DMX)가 국가증권위원회(UBCKNN)로부터 주당 8만 동에 약 1억 8천만 주를 공모하는 IPO 계획을 최종 승인받았다. 총조달 자금만 14조 3천600억 동에 달하는 이번 거래는 최근 수년간 베트남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다. 상장 후 DMX의 자본금은 12조 8천80억 동으로 늘어나며, 기업 가치는 무려 102조 4천600억 동(한화 약 5조 4천억 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DMX가 오는 8월 예정대로 증시에 입성하면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인 VN30 지수에 곧바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DMX 외에도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대형 IPO 주자들이 대기 중이다 약 4조 3천억 동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는 LPB증권(LPBS)을 비롯해 미디어 대기업 닷비엣VAC(DatVietVAC),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 등이 후속 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빈펄(Vinpearl), 테크コム증권(TCBS), VP은행증권(VPBankS), VPS증권, 젤렉스 인프라(GELEX Infra) 등이 포문을 연 데 이어 올해는 유통, 엔터테인먼트, 농업 등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증시의 오랜 상품 가뭄을 해소하고 있다.
베트남 증시 역사상 IPO 붐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제1차 붐은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합류했던 2007~2009년이었다. 당시 VN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1,200선 고지를 밟은 뒤 급격한 조정을 겪었다. 제2차 붐은 대형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민간 대기업들의 상장이 맞물린 2017~2018년으로, 당시 공모 조달 금액만 100조 동을 돌파하며 VN지수를 다시 1,200선으로 끌어올렸다. 2019년 이후 국영기업의 상장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에 도래한 제3차 붐은 VN지수가 역사적 고점인 1,900선 안팎에 머물고 있는 시점과 맞물렸다. 여기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베트남 증시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 승격을 확약하면서 대규모 글로벌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 체질이 갖춰진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정부가 발의한 개정 조례(Nghị định 245/2025/NĐ-CP)는 증시의 제도를 바꾸는 대전환 기폭제가 됐다. 증권 당국은 이 규정을 통해 공모(IPO) 절차와 거래소 상장 심사를 하나로 묶는 행정 혁신을 단행했다. 과거 IPO 완료 후 실제 상장까지 최소 90일에서 120일 이상 걸리던 기간이 이제는 단 30일 이내로 단축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금융투자연구소 FIDT의 부이 반 후이(Bui Van Huy) 투자연구본부장은 이번 제3차 IPO 붐이 과거의 두 차례 주기와 비교했을 때 세 가지 확연한 차이점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상장 주체와 자금 흐름의 본질적 변화다. 1차가 순수 국영기업의 첫 상장, 2차가 국영기업 지분 매각 중심이었다면, 3차는 민간 대기업의 핵심 사업 부문 인적·물적 분할(Spin-off)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TCBS, VPBankS, DMX, 박화싸인(BHX), 롱쩌우(Long Châu), 타코오토(Thaco Auto), 호아파트 농업 등은 모두 모기업에서 분리돼 상장하는 구조다. 따라서 공모 자금이 국가 재정으로 들어갔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기업의 미래 신사업 확장을 위한 직접적인 자본 확충 재원으로 투입된다.
둘째는 내수 기반 국민 소비재 기업들의 대거 등판이다. 박화싸인, 디엔메이싸인, 하이랜드 커피, 골든게이트, TH트루밀크, F88 등 베트남인들의 일상 라이프스타일과 직결된 대표적인 내수 유통·소비재 대기업들이 동시에 증시에 입성하는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금융과 부동산에 편중됐던 베트남 증시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기회인 동시에 시장의 자금 흡수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 변수는 가혹해진 금리 환경이다. 과거 두 차례의 IPO 호황기는 글로벌 통화 완화 기조와 저금리 흐름 속에서 유동성의 힘으로 전개됐다. 반면 이번 제3차 붐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되고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운 가혹한 거시 경제 환경 속에서 시작됐다. 이는 기업들의 적정 가치 평가(밸류에이션)와 증시 유동성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후이 본부장은 “이번 제3차 IPO 슈퍼웨이브의 총공모 규모는 과거 1, 2차 주기의 합계를 넘어설 정도로 방대하다”라며 “구조적 자금 부족을 겪는 베트남 경제 상황에서 시장의 체력을 검증하는 엄중한 시험대가 되겠지만,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커진 베트남 증시의 거래 대금과 시가총액 규모가 이 거대한 공급 물량을 소화해 내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