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의 벤치마크인 VN지수가 8주 연속 역사적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호황기를 뒤로하고 전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터져 나온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 폭탄과 대형 주도주의 차익 실현 매물이 맞물리면서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800선까지 하방 압력이 열릴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24일 밤 베트남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의 VN지수는 전주 대비 44.47포인트(-2.31%) 후퇴한 1,877.31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최근 8주간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기술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지난 22일 하루 만에 대형주(블루칩) 위주로 32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며 1,860~1,880포인트 지지선 하단으로 전격 후퇴했다.
특히 그동안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빈그룹(Vingroup) 계열사 주가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으면서 하방 압력을 키웠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주 후반으로 갈수록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거세진 점이 치명타였다. 외인은 지난 한 주간 전체 시장에서 무려 6조 3,770억 동(약 2억 5천만 달러)어치를 순매도했으며, 특히 22일 금요일 단 하루에만 3조 2,000억 동의 역대급 매도 폭탄을 투하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가 동시에 돌출되며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인트리(Pinetree) 증권의 응우옌 탄 퐁(Nguyen Tan Phong)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내적으로는 대형 전력건설 및 송배전 업체 대표들이 회계 부정과 자산 횡령 혐의로 잇달아 구속 수사를 받으면서 심리적 공포가 확산했다”라며 “대외적으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의 외교 협상이 전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고공행진이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퐁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 초반 VN지수가 1,870~1,880선 안팎에서 일차적인 지지력 시험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만약 이번 주 초 해당 지지선이 대량 거래량(청산대금)을 동반하며 힘없이 무너질 경우, 외인의 추가 매도세와 맞물려 지수가 심리적 록(X) 마디 지수인 1,800선까지 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리스크와 에너지 안보 위기가 상존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성급한 바닥 잡기(낙폭과대 매수)를 자제하고 신용융자(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등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조정이 시장의 완연한 하락 장세 전환이 아닌, 단기 과열을 식히는 건강한 기술적 조정(분포 국면)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대형 자산운용사 머니게인(MoneyGain)의 응우옌 티 빈 민(Nguyen Thị Binh Minh) 총감독(CEO)은 “VN지수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은 14.31배로 최근 3년 평균(13.89배)이나 5년 평균(14.12배)을 약간 웃돌 뿐, 장기 10년 평균치인 15.36배보다 여전히 낮아 과열 밸류에이션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민 총감독은 현재 베트남 증시가 빈그룹 착시 효과로 인해 실제보다 비싸 보이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게인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초부터 2026년 5월 22일까지 VN지수 전체 상승분의 무려 45~50%를 빈그룹 및 빈홈즈 등 지배적 시가총액을 가진 ‘빈(VIN) 계열사’들이 홀로 견인했다. 빈 총감독은 “시장에서 빈 계열사의 자산 가치와 영업이익을 완전히 제외하고 계산할 경우, 나머지 상장사들의 실질 P/E는 고작 11.5~11.8배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라며 “이는 사실상 2025년 시장 급락기 당시의 바닥권 밸류에이션과 유사해, 대형주 착시를 걷어내면 대다수 우량 기업들이 극도로 저평가된 매력적인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상장사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전체 상장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금융 업종이 12%, 비금융 제조 업종이 29%의 높은 이익 성장률을 기록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함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수 전체의 향방에 함몰되어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지수와 무관하게 차별화된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핵심 주도주 위주로 압축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머니게인 수급 필터링 시스템 기준 중장기 이동평균선(MA50)을 안정적으로 수성하며 기관 자금이 이탈하지 않은 유망 관종 섹터로는 ▲은행(BID, CTG, HDB) ▲증권(TCX, VND, SSI) ▲통신(VGI) ▲정유·가스(PVD) ▲고무(GVR)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추격 매수하는 포모(FOMO) 심리를 버리고, 지수가 바닥 확인 후 턴어라운드하는 신호가 포착될 때 업종 내 가장 강한 대장주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