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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Column – AI 시대,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1)

아이는 에세이를 제출했고, 선생님은 그것이 아이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불려 간 아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쓰는데 왜 나만요?” 부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혼내야 하는지, 공감해야 하는지, 아니면 학교에 따져야 하는지 몰랐다. 그 침묵 속에 오늘날 한국 가정이 AI 앞에서 얼마나 무방비 상태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술은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어른들은 아직 현관 앞에서 신발을 고르고 있는 형국이다.

인공지능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AI는 수년 전부터 학습 분석 플랫폼, 수준별 문제 추천 시스템, 온라인 교육 도구의 형태로 학교 현장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ChatGPT의 등장으로 AI가 ‘배경의 기술’에서 ‘전면의 도구’로 뛰어나왔다는 사실이다. 이제 학생들은 에세이를 쓰고, 발표 자료를 만들고, 수학 풀이를 요청하는 데 AI를 직접 사용한다. 학교 도서관보다 ChatGPT를 먼저 여는 것이 이 세대의 자연스러운 공부 방식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집에서 교과서로 복습하던 풍경은 이미 낡은 그림이 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나쁜 일이냐가 아니다. 연필이 나왔을 때 “붓글씨 실력이 망가진다”고 걱정했고, 계산기가 나왔을 때 “암산 능력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기술은 언제나 교육의 경계를 흔들어 왔다. AI 역시 그 흐름 위에 있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아이가 AI를 생각을 ‘돕는’ 도구로 쓰고 있는가, 아니면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로 쓰고 있는가. 이 단순해 보이는 구분이 교육의 본질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이 둘의 차이는 결과물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AI가 써준 에세이와 AI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직접 쓴 에세이는 겉으로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다르다. 스스로 논리를 세우고 근거를 찾고 문장을 다듬는 훈련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그 차이가 당장의 점수에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년 뒤 복잡한 문제 앞에 혼자 섰을 때 드러난다. 결과만 반복해서 얻은 아이는 과정을 모른다. AI가 능숙해질수록 정작 아이의 머릿속이 비어 가는 역설, 이것이 지금 교실 안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화려한 결과물과 텅 빈 사고력이 공존하는 이 현상을, 교육 전문가들은 조용한 학습 공동화(空洞化)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AI를 나쁜 의도 없이 실용적인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분명히 봐야 한다. 모르는 개념을 반복해서 물어보고, 글쓰기 전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문법을 확인하고, 외국어 번역을 다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창피함 없이 반복해서 질문할 수 있다는 것,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업 시간에 손을 들지 못하던 아이들에게는 작지 않은 변화다. AI를 잘 쓰는 아이가 못 쓰는 아이보다 무조건 덜 공부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이지, 도구를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들도 흔들리고 있다. 수업 준비에 AI를 활용하면 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사실이다. 토론 질문이나 연습 문제, 학습지를 만드는 데 걸리던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교사들도 많다. 그러나 AI가 만든 자료의 정확성과 편향 여부를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이 생겼고, 학생 과제물이 아이의 것인지 기계의 것인지 판별하는 일이 교육자의 또 다른 과제가 되었다. AI 감지 도구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이마저 완벽하지 않아, 정직하게 쓴 학생이 오히려 의심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기술이 불신을 교실 안으로 데려온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학생과 교사, 학교와 가정 사이의 신뢰를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먼저, 막는 것은 답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빼앗았더니 친구 것을 빌려 쓰더라는 이야기는 이제 AI에서도 반복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차단이 아니라 대화다. 자녀가 AI로 숙제를 마쳤다면, 그것을 본인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학습이 아니라 복사다. AI를 쓰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생각을 초고로 적어 보고, 이후 AI의 결과물과 비교해 어디가 다른지 따져 보는 습관을 만들어 줘야 한다. 과정 없는 결과에 익숙해진 아이는 결국 과정이 필요한 순간에 무너진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도록 이끄는 것, 이것이 지금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교육이다.

더 긴 안목도 필요하다. AI가 빠르게 재편하는 이 경제에서, 미래의 경쟁력은 대학 간판보다 역량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들은 이미 자동화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살아남는 힘은 암기된 지식이 아니다. 낯선 문제 앞에서도 스스로 생각을 조직하고, 타인과 협력하며, 변화에 적응하면서 계속 배울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역량이다. 한때 좋은 대학이 좋은 직업을 보장하던 시대의 공식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어떤 학교를 나왔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무엇을 계속 배울 수 있느냐가 더 오래 가는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던지는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오늘 몇 점 받았어?”로 하루를 시작하는 집과, “오늘 뭘 스스로 해결해 봤어?”, “모르는 게 생겼을 때 어떻게 이해하려 했어?”를 묻는 집은 10년 뒤 전혀 다른 아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시험 점수는 지금 이 순간을 보여 주지만, 질문을 만드는 능력은 평생을 따라간다. AI 시대의 진짜 학력(學力)은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만들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힘이다.

도구는 언제나 중립이다. 칼이 요리사의 손에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다르듯, AI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자녀가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과 AI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 갈림길은 점수가 아닌 습관에서 결정된다. 그 습관은 학교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결국 밥상머리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짧은 대화에서, 아이가 막혔을 때 바로 답을 주지 않고 함께 생각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기술을 다루는 법이 아니라 기술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새로운 역할이다.

RMIT대학교 컴퓨터공학
교수 제임스 강

본 칼럼은 곧 출간될 “AI와 교육: 가정, 교육자, 학생을 위한 실용 가이드”
(편집: Dr. James Kang)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제임스 강 교수는 호주 RMIT 대학교 사이공 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및 AI 분야를 연구, 가르치고 있으며, 정보통신(ICT) 산업에서 25년 이상 엔지니어 및 기술 디렉터로 활동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AI, IoT, 사이버보안, 헬스 인포매틱스 분야의 연구와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 학술 및 산업 협력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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