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가격 상승에 힘입어 베트남 내수 쌀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생산 현장의 농민들과 수출 기업들은 치솟는 원가 부담에 “남는 게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과 엘니뇨 등 기상 악재가 겹치면서 생산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23일 베트남식품협회(VFA)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세계 쌀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며 베트남산 수출 쌀 가격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5% 파쇄미(Scented Rice) 수출가는 톤당 500달러를 돌파하며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태국산 쌀값 역시 전월 대비 10% 이상 급등했다. 필리핀과 중국 등 전통적인 수출 대상국의 수요가 급증한 데다, 메콩델타 지역의 동춘(Dong Xuan)기 수확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싸늘하다. 껀터시 투언탕 협동조합의 즈엉 반 시우(Duong Van Sieu) 부조합장은 “수출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비료와 농약 가격이 그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뛰었다”며 “요소비료(Urea) 가격은 50% 폭등해 포대당 90만 동에 육박하고, 다른 화학비료들도 30~40%씩 올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거 동춘기에 공당(1,000㎡) 약 400만 동의 이익을 남겼으나, 올해는 임대료조차 내기 버거운 200만 동 미만으로 수익이 반토막 났다고 덧붙였다.
유통 및 수출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동 분쟁 여파로 기름값이 오르면서 운송비와 포장비 등 물류 비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빈롱성의 쌀 수출 기업인 푸옥타잉 IV(Phuoc Thanh IV)의 응우옌 반 타잉(Nguyen Van Thanh) 이사는 “인건비는 예년보다 30~40% 올랐고, 금리 상승으로 인해 낮은 가격대에서 쌀을 수매해 비축해둘 자금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기업이 자금난과 고금리 부담에 수매 시기를 놓치면서 수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우려와 글로벌 에너지 가격 불안정이 지속되는 한, 쌀값 상승이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농민 이익률 20~30%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벼 수매가가 kg당 최소 6,500~7,000동 수준까지 올라야 하지만, 현재 시장 가격은 여전히 생산 원가를 밑돌고 있다. 쌀 수출 강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