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보수 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언론인이자 전 폭스뉴스 진행자인 터커 칼슨(Tucker Carlson)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과거 행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후회의 뜻을 밝혔다. 한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열렬히 옹호하며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그의 이례적인 고백은 미 보수 진영 내의 심각한 분열상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23일 미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칼슨은 지난 20일 자신의 프로그램인 ‘터커 칼슨 쇼’에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가로 일했던 동생 버클리 칼슨(Buckley Carlson)과 대담을 나누던 중 이같이 말했다. 칼슨은 “지금은 우리 자신의 양심을 돌아봐야 할 때”라며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의 행보가 나를 오랫동안 괴롭힐 것 같다”고 자책했다.
칼슨은 그동안 이민 정책, 세계화 반대,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 비판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가치를 대변해 왔다. 특히 지난 2024년 대선 당시에는 투표 5일 전까지 트럼프와 함께 유세 현장을 누비며 그를 ‘국가적 지도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지 정책과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 행보를 두고 대통령과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생에게 “당신은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고, 나는 그를 위해 선거 운동을 했다. 우리와 지지자들은 이 상황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며 “이제 와서 ‘마음을 바꿨다’거나 ‘상황이 나빠졌으니 물러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우파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분쟁 처리 방식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을 인용해 응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기 시작한 칼슨과 과거 지지자들을 향해 “그들은 지능지수(IQ)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본인들과 가족,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그들이 멍청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현지 정치 분석가들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를 ‘기묘한 매력을 가진 후보’라고 찬양했던 칼슨의 이번 발언이 향후 보수 유권자층의 여론 향방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칼슨의 결별 선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